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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요동치는 생활물가, 서민경제를 파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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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과도하게 돈 풀려

등유 55.4%, 휘발유 27.5% 급등

정부, 재정지출·금리·세제 등 종합적 검토를

요동치는 생활물가가 서민경제를 파탄 내고 있다. 자고 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강원도 내 품목별 물가상승률 가운데 석유류가 32.9%로 가장 높았다. 이 중에서도 등유가 55.4%나 급등했다. 이어 경유(38.5%)와 휘발유(27.5%), 부탄가스(23.8%) 순이었다. 식자재 값도 마찬가지다. 같은 달 강원도 내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보다 6.6% 뛰었고, 세부품목 73개 중 65개 가격이 전년보다 올랐다. 특히 소금(35%), 식용유(26.5%), 간장(17.1%), 밀가루(13.8%) 등 기본 식재료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물가 상승은 점점 가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조만간 소주 한 병에 5,000원, 맥주는 6,000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서민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기름 값과 식자재 값 인상은 가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가정 내 식품 소비가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여기에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는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에 따르면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빚이 월 가구소득의 20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0월 전국 20∼64세의 경제활동인구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자의 2018년 평균 부채 잔액은 7,249만원으로 월평균 가구 총소득 505만원의 14배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각각 1억164만원, 521만원으로 20배로 크게 확대됐다. 2020년(8,753만원)에서 2021년 사이 빚이 16.1% 불어날 동안 가구 총소득은 3.0%(506만원→521만원)밖에 늘지 않아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도 물가를 안정시키는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린 데다 국제 원자재 값 급등, 국제 공급망 균열 등 대외 악재가 꼬리를 무는 탓이다.

문제는 인플레 압력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까지 인상돼 물가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거품이 꺼지면 소비 위축은 불 보듯 하다.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그래서 나온다. 정부는 인플레 장기화에 대비해 재정지출·금리·환율·세제를 아우르는 중장기 정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공급망 관리와 자원 확보, 유동성 관리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 진작도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이는 자칫 물가 억제라는 정책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팀의 대처 능력과 팀워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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