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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핵사용 위협한 北, 한국 ‘안보 좌표' 냉정한 인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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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서 밝혀

겉으로는 평화, 실제로는 한반도·동북아 위협

스스로 힘을 기르고 외교 역량 강화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인 지난 25일 야간열병식에서 “핵무기를 전쟁방지용으로만 두지 않고 국가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 사용하겠다”며 “언제든 가동할 수 있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레드라인을 넘은 김 위원장이 이번엔 핵무기 사용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대남 전술핵 위협에 이어 핵 위협을 한층 고조시켰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지난 5년간 겉으로는 평화와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단을 개발하는 데 몰두해 왔다는 것을 입증했다. 북한의 대남 무력적화 전략은 전혀 변화되지 않고 있다. 그들의 핵 개발이 대남 군사력 우위를 확보하고 유사시 이를 사용해 대남 전략 목표를 달성하려는 속셈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자신의 책상 위에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 단추가 놓여 있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북한은 툭하면 서울 불바다 운운하면서 핵무기로 남측을 쓸어버리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의 안보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다 푸틴이 유럽 ‘안보지도' 재편을 노리고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만큼 우리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 대한민국의 좌표가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스스로 지켜 낼 힘이 없으면 강대국 정치에 희생될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고, 힘을 길러야 적이 넘보지 못한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간의 미군 철군에 대해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를 위해 미군이 피를 흘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신의 안보를 자신이 지킬 의사가 없다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내 나라는 내가 수호해야 하고 동맹은 부차적이다. 자국의 안보를 외국에 의지하는 것은 풍랑에 휩쓸리는 돛단배의 운명과 같다. 그리고 외교력도 키워야 한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매우 유사하거나 오히려 우리가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4대 강국(미·일 대 중·러)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한편에선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다른 한편에선 중국의 중화민족주의와 러시아의 무모한 대국주의가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 모험주의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나라에 전략적 균형 유지는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빨리 어느 한쪽에 서야 한다는 주장은 단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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