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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산업현장 잇단 사망사고, 중대재해법 취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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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강원도 내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도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20년 44명, 2021년 46명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도 벌써 9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소규모 사업장 비율이 높고 대형 사업장에는 노후화된 장비가 많은 탓이다. 도내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율은 22.6%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산림이 많은 강원도의 특성상 벌목 작업 중 일어나는 사고도 잦다. 올해 산업재해로 숨진 9명 중 3명이 벌목 작업 현장에서 숨졌다.

강원도는 산업재해 취약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산업재해 사고사망만인율(재해보험 가입 노동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고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의 수)은 0.9퍼밀리아드로 전국 평균 0.43퍼밀리아드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또 3개월간 발생한 전국 업종별 중대재해 현황을 보면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80%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700건으로 약 65%에 달했다. 사망자 1,082명 중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690명으로 63%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력한 처벌항목을 만들었지만 산업현장의 산재는 줄지 않고 있다. 법이 시행되고 사업주, 노동자 등의 인식이 바뀌기 위해선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열악한 도내 산업현장을 볼 때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 벌목 작업과 관련된 관리·감독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 현장 노동자의 노령화에 따른 안전사고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지자체가 소규모 사업장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개월에도 산업현장의 안전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아직도 상당수의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안전모 미착용, 안전띠·안전망 시설 미비 등 기본을 무시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재가 적지 않다. 여전히 사고가 발생, 산재 예방을 위해 법·제도 강화뿐 아니라 현장에서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벌백계하겠다는 엄포만으로는 안전도를 높이기 어렵다. 현행 제도의 한계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망사고 시 책임을 엄중히 묻되 인센티브를 통해 스스로 산업현장을 안전하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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