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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혼란 줄일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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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퇴직자 A씨가 옛 직장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고령자고용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법 4조의4 제1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 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난 26일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 효력의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인건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일정 연령 이상의 직원 인건비를 줄이는 형태의 임금피크제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더 이상 일괄적인 적용도 쉽지 않게 됐다. 원고처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연령을 이유로 임금이 깎인 경우 제대로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받기 위한 줄소송도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 노사 간 합리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게 됐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사용자 측에서는 임금 삭감에 맞춰 노동 강도를 낮춰야 하고 대상자 선정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향후 임금피크제 사업장에선 단체협약 재협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임금피크제로 생긴 재원이 본래 목적을 위해 쓰였는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한동안 각 기업의 노동 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공공기관들은 2015년 5월 정부 방침에 따라 고령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은 연장하지 않되 정년을 3~5년 앞두고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금이 깎일 게 뻔했지만 도입 성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노사 합의를 통해 채택했다. 지금은 모든 공공기관이 시행 중이고, 민간 기업에도 확산됐다. 이제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상생 방안을 짜내야 한다. 정부도 임금피크제의 여러 형태에 따른 ‘합리적 이유'의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제시하기 바란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조정을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기준이나 설명자료를 하루속히 마련해 노사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산업 현장의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 임금체계를 선진화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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