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노사 최저임금 협상,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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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21일 6차 전원회의 개최

양측 ‘동결' 대 ‘1만원 이상' 입장 차 커

생활물가 고통·인플레 아우를 수 있기를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얼마로 할지를 놓고 노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맞붙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에 21일 열리는 제6차 전원회의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올해 쟁점 중 하나였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부결로 결론난 만큼 최초 요구안 제시를 시작으로 최대 쟁점인 최저임금 수준 심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최소 올해 수준(9,160원) 동결을 원하는 기업·자영업계와 생계비 반영 등을 통해 1만원 이상을 관철시키려는 노동계의 대립이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지난 16일 열린 최저임금위 제4차 전원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생존에 대한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최저임금 심의여서 주목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새 정부의 향후 5년간 방향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최저임금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경제단체 등에서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결국 무산됐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 몇 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4.6%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 선진국 평균 인상률의 4배다.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반면 물가 상승률도 무시할 수는 없다. 4%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저임금 결정에 고려돼야 할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물가 급등으로 가장 타격이 큰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물가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임금발(發)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임금을 올리면 물가를 더 자극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업종에서는 도산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은 이미 큰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 3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계 작성 이후 처음 20% 밑으로 떨어졌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통을 겪던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사업을 접은 탓이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위기 속에서 물가 상승을 웃도는 최저임금 인상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상승은 기업의 부담을 늘려 서비스·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시작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경기가 악화되면 청년, 여성, 고령자 등 노동시장 약자들의 일자리가 제일 먼저 위협받게 된다. 노사 모두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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