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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말로만 ‘민생' 말고 고삐 풀린 물가부터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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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첫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올 5월 소비자물가가 14년 만에 최고인 5%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다음 달에는 6%대 상승 가능성도 나오는 만큼 민생을 위한 물가 압력 완화에 가장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이 같은 기조를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하고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해외발 공급 측 요인에 국내 수요 회복이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앞으로도 원재료비 상승 영향이 가공식품·외식 가격에 반영되며 물가 오름폭은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의 물가 상승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021년 2월 1.7%, 3월 2.6%, 4월에 4.2%로 올랐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물가 역시 지난해 2월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유엔 식량물가지수는 지난 5년 동안 30% 인상됐고, 2021년 초부터 4월 말까지 10% 상승했다. 그뿐만 아니라, 광물·석유·천연가스 등 많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푼 결과가 서서히 지금 나타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코로나19로 시름 깊은 가계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생활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실제 생활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훨씬 빨리 오른다. 인플레이션은 생활비를 올려 사람들의 생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출구전략을 잘 세워 그동안 풀었던 돈을 서서히 거둬들이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 인위적인 내수 진작책은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4.3%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부채가 GDP를 웃도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늘어나는 이자로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데 장바구니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물가를 잡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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