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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대재해법, ‘생명존중·안전' 두 마리 토끼 잡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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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하청 관계에서 안전관리 책임자 ‘모호'

사업장 쪼개거나 바지사장 고용 등 편법 속출

현장의 목소리 반영한 후속대책 나와야

산업현장이나 공중이용시설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27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날부터 현장에서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숨질 경우 중대재해법을 적용,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경영책임자에는 단체 이사장, 중앙부처 및 자치단체장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민관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리고 생명존중의 풍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등 많은 대형 참사를 겪었다. 그렇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재난이 재발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참사들은 여러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일어났다. 안전을 소홀히 취급한 데서 비롯된 인재였던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깊이 새겨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때다.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수행해 왔던 사후 수습 중심의 재난관리를 선진국처럼 사전 대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명확히 밝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 제도화하고, 사고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재난안전 관련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중대재해법 시행은 대단히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법이 인권의 보호와 사회·민생의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에 일정 부분 이바지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즉, 중대재해법의 당위를 인정하는 것은 법이 사람을 살리고 사회의 긍정성을 더욱 확장시키는 방향에서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전제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안전 전문인력 채용 비용이 부담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건설업체에서는 현장 인부들에게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는 것 외엔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또 원청·하청 관계에서 안전 확보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재하청 시 책임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 구체적인 것들이 나와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경각심을 높일 목적이더라도 과도한 처벌은 안 된다'며 음주운전을 가중 처벌하는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중대재해법이 구체성을 결여하면 원래의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명분이 좋다고 공장에서 빵 구워 내듯 일사천리로 법을 통과시키면 여러 문제가 파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기업들이 사업장을 쪼개거나 바지사장을 고용하는 편법을 동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후속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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