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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토리]"10년간의 싸움 내가 불침번 자임…통합 상지대는 또다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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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민주화운동 상징으로 새 도약 이끄는 정대화 총장

◇정대화 상지대 총장이 지난 10일 통합 상지대의 비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상지대는 한때 우리나라 '사학비리의 온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로 많이 언급됐던 대학이다. 학내 분규로 장기간 몸살을 앓았던 상지대는 2017년 8월 분규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첫 직선제 총장인 정대화 총장은 최전선에서 구 재단 복귀를 반대하며 학내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지금은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새로운 도약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0일 상지대 총장실에서 정 총장을 만나 통합 상지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사학비리 온상서 민주 대학으로

학생·교직원·교수·지역사회에 빚져

다행인 점은 구성원 함께 해주는 것

학생행복대학 등 '7대 비전' 만들어

내년 통합 상지대로 새롭게 출발

당면한 위기 극복 계기 될 것으로 기대

포용·상생 기반 사회협력 모델 선포

지방대 생존 위해 평가 방식 바뀌어야

■ 상지대 투쟁의 중심에 서서 활동하다 파면됐다가 복직되는 고초도 겪기도 했다. 기나긴 투쟁 과정에서 무엇을 추구하려고 했었나

“상지대에 온 뒤 1년 만에 법인국장을 맡았다. 당시 법인국장의 주된 업무는 김문기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꼬박 5년을 싸웠다. 이후 몇 년간 참여연대 활동, 방송토론 등 정치학자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2007년 정이사 체제가 무너지고 싸움이 다시 시작되면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고 김문기 복귀 저지에만 매달렸다. 사람들이 “왜 그랬냐”고 묻는다. 언제나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상지대 문제는 누군가와 교대를 할 만큼 여유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가 불침번을 자임했던 것뿐이다.”

■ 그래서 첫 직선제 총장으로 학교를 대표하는 책임감과 소회가 남다르겠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는 빚을 갚으러 다니고 있다. 예전에 상지대가 해야 했는데 못 한 일을 지금에서야 하고 있다. 사실 바깥에 빚진 것보다는 학생, 교직원, 교수, 지역사회 등 안에 빚진 게 훨씬 많다. 다행인 점은 구성원들이 함께 해 준다는 것이다. 이게 상지대의 힘이다. 상지대를 대학답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대학 민주화를 외쳤던 이유인 만큼 '민주대학' '구성원 참여대학' '교육혁신대학' '사회협력대학''재정자립대학' '학생행복대학' '민주공영대학' 등 상지대 7대 비전을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학생들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 다만 받아들일 때까지 토론하겠다. 그래서 학생들이 받아들이면 시행하고 끝까지 안 받아들이면 그 정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내년 상지대와 상지영서대가 통합 상지대로 새 출발한다. 준비는 어떻게 돼 가는가

“상지영서대와의 통합이 상지대 미래를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통합에 반대했다. 하지만 고민과 논의 끝에 '통합을 통해 학교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을 바꿔 바로 추진했다.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학과 보완 등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큰 것 같다. 통합은 거의 이뤄진 상황이다. 인가는 올해 초 받았고 내년 2월28일이면 상지영서대가 없어지고 3월1일이면 통합대가 출범한다. 이사회 결의에 따라 상지대와 상지영서대는 사실상 공동 운영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 전국 첫 공영형 사립대도 추진 중이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일부 사립대를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할 방침이었으나 미룬 상태다

“공영형 사립대의 핵심은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의 장벽을 넘느냐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이행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거다. 누가 공영형 사립대를 설계하더라도 상지대 7대 비전보다 더 나아갈 수는 없다. 상지대는 준비가 돼 있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아도 상지대는 민주 공영대학으로 간다. 좋은 대학이 굳이 정부가 인정해줘야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정부가 분규를 벗어나 정상화되는 많은 대학을 지원해주면 훨씬 더 좋아진다.”

■ 지난달 64주년 기념식에서 포용과 상생을 기반으로 한 사회협력 모델 대학으로의 새 출발을 선포했다

“얼마 전 사회적 경제 박람회가 열렸다. 대통령이 주관한 행사로 총 800명이 초청받았는데 대학 총장은 나 혼자였고, 대학은 상지대뿐이었다. 우수사례가 5개 언급됐는데 그중 하나가 상지대였다. 대한민국 최초로 대학이 지역과 함께하는 발달장애인 아동 돌봄 사업이다. 상지대가 지역을 도와주겠다가 아니라 지역 일부가 되고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대학을 만들고 있다. 그런 취지로 사회협력대학을 추진 중이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대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와 수준으로 봤을 때 상지대는 분명 독특한 모델이 될 것이다.”

외부 인사 특강을 잇따라 진행하면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 이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강사로 초청했다. '열린 자세'가 인상적이다

“대학은 지식과 정보를 전수하고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그런 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교수라는 직업이다. 하지만 교수가 모든 사회의 현안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빈 부분을 특강으로 메우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대학이 플랫폼이 돼 지역이 만나고 즐기고 결합하고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특강은 그런 역할의 일환으로 진행 중이다. 건강한 토론이 유지되는 것은 사회의 긴장도를 높인다. 우리 사회에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듣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 지방대 위기론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대가 살아남을 길은?

“정부가 제대로 해줘야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 국립대가 유리하게 돼 있는 지금과 같은 평가 방식이라면 지방대는 죽는다. 평가 방식을 학생이 줄어들도록 바꿔야 한다. 세계 최고 대학이라는 하버드대가 매년 1,500명의 신입생을 뽑는데, 우리나라 서울의 대학들은 3,000~5,000명씩 뽑는다. 결국 이 정책은 연구 중심 대학, 대학원 대학, 인 서울 대학, 수도권 대학, 지방 국립대에 학생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정부가 지방대를 육성·지원하는 정책을 별도로 내놔야 한다. 세 번째는 지방대에 자구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 교육철학은 무엇이며 나중에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상지대가 1993년 이전에는 지방에 이름 없는 대학이었고 이후에는 민주·지역대학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다 한 번 뒤집어졌다가 기회를 다시 받았다. 내부적으로는 학생들이 주인으로 참여해 만족하면서 즐겁게 움직이는 대학을 시작한 총장이었으면 좋겠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상지대의 고민이 우리나라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출발점이 돼 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 우리의 노력이 상지대만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큰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원주=김설영기자

▶정대화 총장은

학교법인 상지학원 사무국장, 상지대 기획처장,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거쳐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장직무대행을 수행했다. 한국정치학회 이사, 한국NGO학회 부회장,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부원장, 한국정당정치연구소 부소장,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서울시민연대·서울시민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와 시민정치네트워크 등도 창립했고 현재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이다. 저서로는 '포스트 양김시대의 한국정치' '상지대 민주화 투쟁 4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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