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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댓글인격'

인터넷 댓글의 전형적인 유형이 '사실판단형'과 '감정발산형'이다. 사실판단형은 기사와 관련해 자신의 소감, 견해, 주장을 피력하는 형태다. 올바른 정보를 획득하는데 기여하거나 의구심의 표현 혹은 물음을 통해 정보 부족을 보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감정발산형은 특정 게시물의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보다는 그 내용 또는 다뤄진 인물에 대해 감정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다시 박수갈채, 옹호응원, 비난질책, 감정충동, 인신공격형으로 세분된다. ▼'박수갈채형'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태극전사들에게 보낸 찬사와 환호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정수의 골도 예술이었죠. 헤딩인가 싶었는데 발로 차 넣었더군요. 암튼 우리 선수들 참 잘했습니다.” “우와 대한민국 최고 최고, 특히 박주영과 이정수가 제일 멋져요.”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올라온 글이다. 선수단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옹호응원형'도 있다.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 대한민국 축구팀 감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문제는 '인신공격형'이다. 부정적 감정을 그대로 나타낸다. 아르헨티나전 이후 악성 댓글이 수없이 게시됐다. “000는 헝그리 정신이 없고, 이제 겉멋만 잔뜩이다” “은퇴하라” “로우킥 잘했다” “000 선수 기용 센스가 없다” “찬스 때 골이나 많이 넣기를” 등 원색적인 표현을 총동원해 비아냥거렸다. 김남일 선수의 아내 김보민 아나운서의 홈피가 수난을 당하고, 오범석 선수의 홈피를 사실상 폐쇄한 것도 이 유형이다. 익명성을 무기로 한 악플의 예다. ▼사이버 공간은 자율성, 개방성, 비대면성이 특징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롭고 경이로운 세계이면서 동시에 일탈에 유리한 장을 마련해 주는 유해한 환경이 될 수 있다. '부추김 군중'이 그러하다. 얼굴에 색을 칠해 정체를 숨기고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포로를 더 많이 살해했다는 연구도 같은 맥락이다.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가볍게 시도한 댓글의 파급효과는 크다. 선플달기 운동의 확산을 바란다. 댓글은 인격이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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