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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한국사 시험'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에서 가미카제 자살 공격조로 뽑힌 조선인 조종사들은 은밀히 탈출을 결행키로 했다고 한다. “왜놈 전쟁에 우리가 왜 이렇게 죽느냐”고 의견이 모였지만 유독 한 사람이 말을 듣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는 “자네들은 가게. 그러나 우리가 다 가면 필경 왜놈들이 우리가 비겁해 도망갔다고 할 텐데 나는 남아서 조선인이 비겁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겠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어느 신문 칼럼에서 읽은 내용이다.

▼이렇게 죽은 그 가미카제는 친일파인가, 아닌가. 어떤 이는 친일행위를 여러 번 반복적으로 했으면 친일파요, 한 번 정도 했으면 친일파가 아니라고 한다. 횟수로 가르는 이런 판정이 가능할까. 민족시인 윤동주마저 창씨개명을 했다고 하지만 이 때문에 시인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의 행적을 놓고 인간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평상시도 아니고 나라가 망하고 온 민족이 고통받던 시절 한 인간의 수십 년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얼룩이 몇 개다, 훼절이 몇 번이다 이런 식으로 단죄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영국의 정치학자며 역사가인 E.H. 카는 “역사가는 특수한 것에 관심을 두지 말고 특수한 것들 중에서 무엇이 일반적인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고 갈파했다. 역사가는 끊임없이 일반화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입증해야 비로소 역사적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 아닐까.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한국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2013년부터는 한국사 능력 인증 취득자에게만 초·중등 교원 임용시험 응시 자격을 주기로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우리 역사에 대한 주변국들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의 역사교육이 어떻게 표출될지 궁금하다.

권혁순논설실장· 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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