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밥상머리 교육

다산(茶山) 정약용은 자녀 교육에 가장 힘써야 할 시기, 18년을 고스란히 유배지에서 보냈다. 그랬기에 두 아들(학연, 학유)에게 틈틈이 편지를 보냈다. 학식과 인격을 갖추는 데 게을리하지 말 것과 어머니를 잘 모시라는 당부였다. 물론 핵심은 '오직 독서만이 살길'이라며 책 읽기를 독려한 것이다. 그런 다산의 세심한 자식 사랑을 읽게 하는 편지 구절이 있다. “기름진 음식을 가까이하면 사람이 비굴해진다. 거칠고 조악한 음식일수록 먹으면 속이 편해진다.”

▼ 자녀 교육을 거론할 때 적절하게 인용되는 게 유대인들의 생활규범서 '탈무드'다. 식사 때마다 탈무드 공부가 행해졌는데 이는 제아무리 귀한 손님이 집에 와 있어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식탁에서 신앙과 인생 교육을 폈다. 유대인계 미국인 빅터 M. 솔로몬이 쓴 '유대인의 생활방식'이란 책도 '어머니의 베갯머리 교육과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 우리네 가정에서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횟수와 식사시간, 밥상머리 대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1,000명의 조사 대상자 중 72.1%가 가족 간 밥상머리 대화가 부족함을 실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응답한 부모 83.8%는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실천 의사를 갖고 있다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생활패턴을 탓하게 된다. '저녁이 있는 삶'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 강원도교육청이 내실 있는 밥상머리 교육을 선언해 눈길을 끈다. 매주 수요일을 '밥상머리 교육의 날'로 정했으며 당장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녀와 저녁 식사와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조치도 취했다. 이날은 직원들이 30분 당겨 출근하고 30분 일찍 퇴근하는 '시차 출퇴근제'를 운영한다. 자녀와 대면하는 일이니 다산이 '하피첩'에 적어 두 아들에게 보낸 동용모(動容貌) 출사기(出辭氣) 정안색(正顔色)부터 되새겨 보자.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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