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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일교차

사람이 활동하기에 제일 적합한 기후조건은 어떤 상태일까? 예일대 교수를 지낸 미국의 지리학자 엘스워스 헌팅턴은 자신의 저서 '문명과 기후(민속원 간)'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인간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기후는 월평균 기온 3.3~18.3도, 습도 70% 이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연간 20회 내외로 저기압이 통과하는 지역에서 인간의 신체는 물론이고 뇌 활동이 가장 활발해져 문명이 발달했다는 설명이다.

▼헌팅턴은 인류 4대 문명 발상지와 오늘날 세계 주요 도시들이 연평균 등온선 21도 부근에 위치해 인간의 활동이 용이한 최적의 온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기서 또한 중요한 것이 적절한 일교차와 연교차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극심한 사막지역, 여름과 겨울의 기후 조건이 천양지차인 고산지대와 극지방이 살기 힘든 곳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후가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생산활동, 즉 문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간은 날씨를 거스르고, 날씨는 역사를 관장한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지론이다. 인류 흥망성쇠가 기후에 달렸다는 것이다. 유럽이 이슬람문명을 추월한 원동력, 찬란했던 마야문명과 앙코르와트가 소멸·붕괴한 원인이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지역의 날씨가 청명하지 않고 비가 내렸다면 연합군의 핵무기 공격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후변화는 필연이지만 문제는 적응력이다. 요즘 일교차가 무려 20도까지 벌어지는 기온변화가 심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감기·천식지수가 최고 단계를 나타내 보건 당국의 환절기질환 예방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뇌졸중 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때다. 더구나 봄·가을 환절기는 '피안의 계절'이어서 단풍과 물안개를 낭만의 시선으로만 볼 수 없다. 하여 옛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안부를 묻게 된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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