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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고독사의 그늘

고독사는 일본에서 온 말이다. 가족·친척·사회와 떨어져 살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을 맞고 죽어서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다. 고독사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일본에선 '무연(無緣) 비즈니스' 업체가 생겨났다. 자치단체로부터 1건에 300만여 원씩 받고 죽은 이의 유품정리 화장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핵가족·고령화의 길을 밟아온 만큼 고독사가 남의 얘기일 수 없다. 지난 13일 오후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노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숨진 지 3~4일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며 지병인 당뇨와 간경화 등이 사망 원인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 문제를 천착한 일본을 보고 배워야 한다. 긴급사태를 알릴 수 있는 버튼을 집에 설치하거나 일정 기간 수도 사용량이 없으면 관계기관에 자동 통보되는 요코하마시,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걸어주는 후쿠오카시가 좋은 예다. 도쿄와 나고야시에서 도입한 독거노인과 싱글족, 맞벌이 부부 등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주택도 참고할 만하다. 노인세대는 자연스레 돌봄을 받고 그 대신 젊은 세대는 집값을 할인받는 윈윈 모델이다.

▼고독사가 주로 65세 이상 노인 계층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50대 사망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도내에서는 고독사로 총 33명이 숨졌다. 이 중 50대(50~59세)가 10명(30.3%)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제일 많았다. 65세 이상 노인은 3명(9.1%)에 불과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 및 성별 파악이 불가능한 신원불상자가 13명(39.4%)으로 조사되면서 고독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 복지 해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권리만큼 큰 복지는 없다. 고독사의 그늘을 근본적으로 걷어내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이웃의 정신, 공동체의 건강성을 되찾아 분자처럼 쪼개져 끊긴 인간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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