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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고 가장 값싼 생선이다. 동해안에서 대량으로 잡혀 말려진 다음 전국으로 공급된다.” 스웨덴의 신문기자였던 아손 그렙스트가 1912년 펴낸 '을사조약 전야 대한제국 여행기'란 책의 한 대목이다. 이 생선이 바로 동해 바다의 주 산물이었던 명태(明太)다. 조상 대대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버릴 데가 없는 생선'이란 별칭을 가질 정도였다.

▼국내산 명태는 1990년대 들며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는 아예 '금태'가 됐다. 1980년대까지 연 7만 톤을 유지하다가 1990년 1만1,500톤으로 줄었다. 2004년부터는 100톤 이하로 내려갔다. 지천으로 나서 길고양이조차 명태를 먹지 않는다는 고성지역 우스갯소리는 이제 옛말이다. 정부 공식 통계엔 지난해 국내 바다에서 잡힌 명태는 없다. 어획량은 톤 단위로 기록하는데, 1년 내내 잡힌 양이 1톤이 되지 않으면 0으로 표시한다. 우리 식탁은 러시아산 명태가 장악했다.

▼정부는 동해안 명태의 씨가 마른 원인을 새끼 명태인 노가리를 과도하게 잡아 올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노가리 어획은 1970년부터 합법화됐다. 또 다른원인은 바닷물 온도 상승이다. 1970년대엔 포항 앞바다에서도 명태가 잡혔지만, 이제는 고성과 양양 부근 바다에서만 나온다. 그마저도 잡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수준이다. 올해 초 국내산 명태의 혈통 보전을 위해 관련 기관이 “명태를 산 채로 잡아오면 마리당 50만 원씩 주겠다”며 '명태 현상금'을 내걸었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2015년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년 1월 동해안에 치어 방류를 시작하고, 2018년부터는 민간에 수정란을 보급해 육상 양식을 추진한다. 2020년에는 각 가정의 밥상에 국내산 명태를 다시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게 목표다. 우리 바다에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국민생선'이 될 수 있다.

김석만논설위원·smkim@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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