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대학 기부금

대학들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립·사립대를 불문하고 초긴축 재정을 편성하다 보니 연구비, 장학금 지급이 빡빡하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재정의 큰 축을 담당하던 기성회비를 걷는 자체가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려 교직원들의 급여까지 삭감되고 있다. 대학마다 학교발전기금위원회를 설치해 모금에 나서고 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가 고스란히 연구성과와 인재 양성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한때 연수했던 미국 듀크대의 경우 학교발전기금이 6조 원이 넘는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다. 이 대학은 지난 한 해 동안 4억2,400만 달러(4,646억 원)의 기금을 모았다. 이 돈으로 저명한 학자를 유치하거나 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 '남부의 하버드'로 만들었다. 한 달 학비만 1,000만 원 하는 미디어 펠로우 과정에 필자가 청강생으로 받아 달라고 신청하자, 대학 측이 교수회의와 면접을 거쳐 1년간 장학생으로 정규 펠로우에 등록시켜 준 것은 잊을 수가 없다.

▼미국 대학들의 기부금 모금총액이 지난해 375억 달러(41조 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2013년에도 역대 최대인 338억 달러(36조 원)를 거둬들였다. 하버드대가 11억6,000만 달러(1조2,580억 원), 스탠퍼드대가 9억2,800만 달러(1조58억 원) 등 미국 주요 대학들의 학교발전 모금액이 천문학적이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연간 기부금은 5,000억 원 정도다. 미국 1개 대학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와 재단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는 '기부'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대학들이 정부나 재단으로부터 받는 수혈은 한계가 있다. 건강하고 강한 사회는 그 한계와 빈틈을 성숙한 시민들이 채워 나가야 한다. 기부의 대명사인 워런 버핏은 “열정은 성공의 열쇠이고,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라고 했다. 나눔의 온도가 대학사회에도 뜨겁게 달아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수논설주간·cbsdmz@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