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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배신의 정치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막역한 친구였다. 전 전 대통령은 40년간 가까이 지내면서 대통령직을 포함해 자신이 맡았던 주요 공직을 다섯 차례나 노 전 대통령에게 넘겨주며 친구의 앞길을 터주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서 전 전 대통령의 형과 아우는 구속됐다. 전 전 대통령은 백담사로 유배를 갔다. 이 때문에 '배신'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1950년 7월8일 유엔군 지휘봉을 잡은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는 인천상륙작전 등으로 2개월여 만에 불리했던 6·25전쟁의 전황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공군의 개입에 맞서 확전을 주장하던 그는 제한전 전략을 고수하는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1951년 4월 전격 해임됐다. 불과 9개월 만이었다. 그는 미의회 연설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2013년 12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현장 체포된 뒤 나흘 후 공개 처형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장성택은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 배반을 꾀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했다. 40년 동안 부침을 거듭하며 2인자의 자리에 올랐던 장성택은 어린 조카이자 주군인 김정은에 의해 한순간에 숙청됐다. 권력무상이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변호사 시절 에드윈 M. 스탠턴을 만난다. 스탠턴은 링컨을 “긴팔원숭이”라며 무시했다. 하지만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반대를 무릅쓰고 스탠턴을 전시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정직하고 엄격하며 원칙주의자인 스탠턴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훗날 자신을 알아준 링컨이 암살되자 위대한 대통령을 잃었다며 가장 슬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로 청와대, 여야, 친박 비박이 연일 시끄럽다. 포용과 통합이 아쉬운 정국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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