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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호칭'

최근 삼성전자가 직원 간 호칭은 위아래 구분 없이 아무개 '님'이나 아무개 '프로' 등으로 통일하겠다고 발표했다. CJ는 이미 부장님 과장님 대신 이름 뒤에 '님' 자만 붙이고, 포스코와 SK는 '매니저'라는 공통 호칭을, 카카오는 직급과 직책, 존칭 모두 떼고 영어 이름만 사용한다. 기업의 조직 문화를 수직적 방식에서 수평적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영어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별다른 호칭이 없다. 그냥 '미스터 프레지던트(Mr. President)'다. 우리는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사용해 왔다. 조선 시대 때 '각하'는 왕세손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은 물론, 총리와 부총리 그리고 장관들에 대한 존칭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각하라는 말이 사라졌어도 대통령은 여전히 최고 권세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직 내 호칭은 권위와 서열을 의미한다. 군대와 경찰뿐 아니라 공무원·기업·학교·각종 단체까지 이 같은 뜻이 담긴 호칭을 쓴다. 그래서 권위주의를 벗어나자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2006년 정부부처 1~3급의 계급을 폐지하고 고위공무원단 소속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자리의 서열은 그대로였다. 기업들이 부장·과장·대리 직제를 팀장으로 전환하고, 경찰이 순경·경장 같은 계급 호칭을 실무관·주무관 등으로 바꿨다. 하지만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평적 조직 문화는 호칭만 바꾼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호칭은 서열과 권위로 비치기도 하지만 예절과 존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권위를 앞세운 불통의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서로를 인정해 주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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