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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회색 테러'

근래 최악의 황사는 2002년 3월에 나타났다. 40년 만의 최악의 황사로 수도권과 충북·대전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전면 휴업조치가 내려졌고, 호흡기·안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산업계 역시 반도체와 정밀기계의 불량률이 증가하고, 자동차·선박의 도장작업이 차질을 빚는 등 직간접 피해를 봤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그해 경제적 피해 규모를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0.8%에 해당하는 약 5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과거 30년간 황사 발생 일수는 연평균 6.1일이었으나 최근 10년은 7.4일로 1.3일이 늘었다. ▼여기에다 요즘에는 미세먼지까지 날아들어 고통받는 세상이다. 이른바 '회색 테러'다. 미세먼지는 오늘날 도시생활에서 천덕꾸러기이지만 고대에는 사치품으로 취급했다. 알렉산더대왕 휘하 장군들은 원정 때 이집트 모래먼지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당시 의사들은 환자에게 고운 먼지를 복용하게 하거나 몸에 뿌렸다. ▼로마의 한 역사가는 주민들이 극심한 빈곤을 겪는 와중임에도 궁중 격투사를 위한 최상질의 모래가 항구로 수입되자 격분했던 사실을 기록에 남기기도 했다. 흙먼지나 바다에서 생기는 소금, 식물의 꽃가루도 미세먼지가 될 수 있다. 보일러나 발전시설에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자동차 운행 시, 건설작업 과정 등에서 인위적인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지난 11일 주말은 미세먼지에 갇혔다. 바깥출입을 삼가는 등 도내 유명산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12일부터 12월14일까지 미세먼지 다량배출 사업장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깨끗한 공기도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권혁순논설실장·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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