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평창의 `겨울 나그네'

여전히 청년, 30대에 들어섰지만 그는 가난과 병세로 몹시 쇠락해져 있었다. '가곡의 왕'이라고 일컫는 F. 슈베르트다. 무심코 찾아간 친구 집에서 책상에 놓여 있는 시집을 들춰보게 됐다. B. 뮐러의 '겨울 여행(Die Winterreise)'이었다. 애절한 시편들이 가슴에 안겼다. 시집을 들고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와 악보를 그렸다. ▼추위가 몰아치던 날, 사랑을 잃은 청년은 연인의 집 문에 '잘 자요(Gute Nacht)'라고 적어 놓고 돌아선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을씨년스러운 들판을 헤매는 방황·방랑길이다. 계절이 그렇듯 청년의 마음은 고통과 절망에 허덕이며 번민과 환상을 거듭한다. 모든 상념을 초월한 듯 마을 어귀에서 마주친 늙은 악사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길 권한다. 이렇게 구성된 연가곡 24편에 대한 제목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뮐러가 시집 표제로 쓴 그대로다. 우리가 '겨울 나그네'라고 번역해 듣는 '불후의 명곡'이다. 이 곡을 쓰고(1827년) 1년 후 세상을 떠났으니 슈베르트의 예감을 읽게 된다. ▼한국의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대관령이다. 그렇기에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메카가 됐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대관령겨울음악제, 주옥같은 콘서트가 서울 예술의전당과 강원도 곳곳을 순회하고 다시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 들었다. 16일 오후 올해 겨울음악제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테마가 '겨울 나그네'다. ▼평창대관령음악제 음악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연주와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춤으로 장식하는 무대, 보고 듣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다. 너무나 유명해서 한편 모호하게 여겨지는 곡이 '겨울 나그네'라는 게 손열음의 견해다. 그래서 “그 모호함을 깨뜨리고 싶다”며 의욕을 내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효과가 모호한 상황이어서 '겨울 나그네' 공연을 주목하게 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