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우편물 대란 걱정

“네루다의 시는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생동이다.” 정현종 시인의 말이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파블로 네루다, 불꽃 같았었던가 하면 진한 인간애로 살았던 그의 생이 또한 작품으로 남았으니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다. 우편배달부로 취직한 마리오, 그는 네루다에게 온 우편물을 전달하는 것이 일이다. 네루다의 시에 푹 빠져든 것은 물론이다. 늙어 기력이 쇠진해진 네루다를 통해 마리오가 깨우친 것은 삶의 동병상련이다. ▼'불꽃 같았던 삶' 하면 떠오르는 이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고(故) 최명희다. 그녀가 여고 시절 문재로서의 싹을 내보였으니 연세대 개최(1965년) 전국남녀고교 문예콩쿠르 수필 당선이다. 당선작 제목이 '우체부'다. 수필의 갈무리 문장이 숙연하고 진득하다. “춥고, 고뇌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의 지역에 뜨거운 사랑을 배달하고 싶다. 끊임없는 강처럼 구원을 향해 깊게 흐르는 꿈과 기다림을 주고 싶다. 흙으로 빚어진 인간 본연의 자세로 말이다.” ▼우편배달부에 서린 추억의 우선은 고마움이다. 요즘이야 통신과 택배시스템의 진화로 인해 퇴색됐지만 나이 지긋한 세대들에게는 유일한 메신저였다. 자전거 바퀴를 열심히 굴려 세상살이의 애환과 인간애를 전해줬으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았던 기억이다. 그 노고를 통해 인정이 오갔음은 물론이다. ▼우정노조가 내달 9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다. 1958년 우정노조 출범 이후 61년 만의 첫 파업이라고 한다. 격세지감이다. 게다가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93%로 나왔다니 심상치 않아 보인다. 누가 이들을 분노하게 했는가? “지난해 25명이 사망했고 올해 들어서도 9명이 과로로 세상을 등지는 등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호소다. 여불세의(如不洗衣)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빨지 않은 옷과 같다'는 뜻이다. 우편배달부들을 방치하다시피 한 무관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우편물·택배 대란을 거둬 내는 지혜가 간절하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