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해양 전문가가 산림 환경영향평가를 지휘하게 했다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이 나온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보 취재진이 환경부 산하 환경영향평가 전문 검토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확인한 결과가 충격적이다.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검토 총 책임자가 '하천·해양 전문가'였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검토 사안을 적임자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맡긴 것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

강원도와 양양군, 지역사회는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친환경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반면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는 환경훼손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의 동향을 되짚어 보면 그야말로 촉각을 곤두세워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결과 도출 과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본안 검토를 총괄하는 자리에 산림 관련 전문가가 아닌 하천·해양 전문가를 내세웠다. 뒤집어 보면 바다 한가운데에서 소나무 생태를 연구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불합리한 경우가 정부부처인 환경부에서 이뤄졌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비춰 보면 두말할 여지 없는 이율배반이다.

더 괘씸한 것은 환경부의 판단이다. 본안 검토 총 책임자의 담당 연구 분야가 하천연안수질모델링, 해수유동역학 등임을 모른 게 아니었다. 당사자의 연구보고서의 주제들이 그렇다. 해수담수화, 하구관리방안, 해양에너지 개발 등이다. 산악지대의 환경 문제를 취급하는 적임자로 여길 수 없다. 무관한 분야의 사람이 환경영향평가 검토를 총괄했으니 올바른 결정이 나왔다고 믿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에 참여한 KEI 소속의 한 연구위원의 협의회 참여 적격성도 다시 부각됐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적폐사업으로 규정한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이 연구위원의 협의회 참여 자격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부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치밀하게 사전 작업을 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환경부가 결과가 뻔하게 나올 협의회 구조를 만들어 놓고 고심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역의 비전을 뭉갠 정부를 믿으란 말인가. 지역사회가 분통해하는 이유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 구조다. 환경부가 '부동의'를 접어놓고 객관적 판단이 나올 수 있는 협의회 구조부터 다시 꾸려 서둘러 재심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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