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르포현장을가다]일반인 출입 안막아…지역상권 40% 타격

SSM 진출한 화천 군(軍)마트

◇화천 군(軍) 마트에 롯데슈퍼에서 공급하는 농·수·축산물과 신선 가공식품 코너가 생겨 군 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까지도 이용하고 있어 인근 영세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화천=오윤석기자 papersuk1@kwnews.co.kr

군인가족 여부 확인 안해 지역상점 손님 뚝

“접경지 주민정서 무시 … 철회하라” 아우성

13일 찾은 화천군 화천읍 상리의 '화천 군(軍)마트'에는 오전임에도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로 가게 안이 북적였다. 198㎡ 규모의 이 매장 오른쪽으로는 '롯데슈퍼'의 라벨이 찍혀 있는 채소와 과일, 수산물, 축산물 등 300여개의 신선식품이 포장돼 판매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행사 상품은 물론 PB(자체 브랜드) 상품도 똑같이 제공하고 있어 '미니 롯데슈퍼 SSM'을 보는 듯 했다.

'화천 군 마트'는 지난해 9월 국방부의 군인아파트(데시앙아파트·전체 321세대) 준공 후 12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오픈과 동시에 국군복지단과 위탁판매 계약을 맺은 롯데슈퍼가 입점해 신선식품류를 판매하면서 지역의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군인과 군인가족들의 편의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이곳에는 물품 가격이 저렴한 탓에 지역의 일반주민들도 자유롭게 출입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롯데슈퍼의 코너에서 직접 참치캔 2개, CJ두부, 골드키위(2팩) 등 1만4,900원어치를 샀지만, 아무도 군인가족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장을 보고 나오는 마트 입구에는 '이용 대상자는 군 장병, 군무원, 10년 이상 복무한 예비역, 그 가족'이라는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었다. 군 마트에서 불과 50m 떨어져 있는 한 상점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아예 손님 자체가 없었다. 2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모(여·73)씨는 “군인 마트가 들어오기 전에는 하루 15만원은 벌었지만 현재는 날짜가 지난 유제품을 폐기하기 바쁠 정도로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시내 중심가의 상권도 최고 40% 이상의 매출이 급감했다. 정육점을 운영 중인 염모(여·42)씨는 “일반인들까지 출입하고 있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김진원 화천시장상인조합장은 “육군복지단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인 롯데슈퍼가 외지산 농산물까지 판매하며 사실상의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는 접경지 상권 잠식은 물론 정부의 시책에도 위배된다”며 진출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또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이 격상되고 최근 지역내 군부대가 영외 수료식을 실시하는 등 확산되고 있는 민·군 화합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화천군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화천군은 군복지단과 대형 유통업체가 손을 잡고 군마트를 운영하는 것은 접경지역 주민정서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복지기본법 상에 국방부 장관은 복지시설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군인과 군인가족 외의 자에게도 복지시설 등을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군인 마트(영외마트)는 총 114개이며 이 중 40개의 군인 마트가 춘천, 원주, 홍천, 양구, 화천, 인제, 고성, 강릉 등에서 운영 중이다.

김준동·진유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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