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경제+]“변종SSM 골목상권 잠식 반년새 동네슈퍼 절반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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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업 진출에 따른 소상공인 대응방안 좌담회

이병호 “편의점·신종업체 만들어 아파트 상가까지 진출”

김선태 “기존 물류점 가맹점으로 흡수 중·소도매상 고사”

김진천 “하나로마트 규제 대상 포함시켜 소상공인 보호”

전찬국 “대형마트 신규입점 후 슈퍼 매출 40% 곤두박질”

김지영 “의무휴업 도입 이후 전통시장 매출 8.3% 증가해”

박상규 “마트 매출 감소분 온라인·편의점으로 빠져나가”

박승균 “입점 거리제한 등 통해 소상공인 자립기반 마련”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한 대형유통업체들의 진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본부는 이 같은 지역 상인들의 피해 실태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대책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형유통업 진출에 따른 소상공인 영향과 대응방안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회:유병욱 강원일보 경제부국장

- 대형마트 진출에 따른 피해 상황 먼저 점검해 주시지요

△이병호 원주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원주에 슈퍼마켓이 280여 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매점 등 정말 상권 변화가 없는 슈퍼마켓 빼고 120개가 문을 닫았어요.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한 겁니다. 최근에는 변종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3개나 들어왔습니다. 대형마트들이 편의점이나 신종업체를 만들어 그나마 장사가 되는 아파트 상가에까지 진출했어요. 지역 상인들은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김선태 원주도소매물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마트 같은 경우 지금 에브리데이를 운영하면서 기존 물류점 자체를 가맹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제품을 얼마에 주겠다' 등 가격정보를 휴대전화로 전송해줍니다. 70만원 이상 하면 물건을 갖다 줘요. 중소 도·소매상은 거기에 치여 물건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김진천 소상공인진흥원 강원지역본부장=“현장에 나가보면 대형마트 때문에 몰락하는 소상공인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실제 아파트 단지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던 상인이 있었는데 대형마트가 들어오자 매출이 뚝 떨어졌어요. 자기 건물에 있는 점포임에도 결국 업종을 전환했습니다.”

△전찬국 강원지방중소기업청 기업환경개선팀장>=“지난해 강릉 입암동에 GS마트가 새벽에 기습 입점을 했어요. 중기청에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 GS마트 인근 500m에 4개의 슈퍼가 있었는데 매출액이 40% 정도 줄었습니다. 방문 고객 수는 무려 90% 이상 감소했어요. 심각한 상황입니다. 원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중기청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입점한 3개 중 2개는 SSM이고, 1개는 상품공급점이어서 SSM이 아닌 걸로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김지영 도 경제정책과장=“소상공인진흥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진행된 주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8.3% 증가했습니다. 확실히 의무휴업을 하게되면 훨씬 더 많은 매출 상승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휴일로 하게 되면 더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병호 이사장=“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시 지역의 경우 정책을 펼쳤던게 전통시장 쪽으로만 초점이 맞춰졌고, 동네 슈퍼에는 눈을 돌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전통시장에는 1억원 가까운 예산을 책정했지만 슈퍼마켓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동네 슈퍼입니다. 안타까워요.”

△박상규 강원대 경영대학장=“정부 발표에 따르면 2분기에 대형마트 3사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배 8.4%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빠져나간 매출이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하나로마트 등으로 빠지면서 소상공인들은 전혀 혜택을 못보고 있는 겁니다.”

△박승균 중소기업중앙회 강원지역회장=“정부 및 지자체와 골목상권이 느끼는 체감온도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을 해도 이미 전략적으로 휴무일 다음날 더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략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건 소상공인이지요. 이제라도 골목상인들이 뭉쳐서 경쟁력을 갖추고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이 의무휴업의 실제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지영 과장=“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미끼가 있어야 합니다. 매출지원사업으로 1억원의 예산을 세웠습니다. 대형마트가 쉬면 그날에 맞춰서 할인행사나 이벤트, 사은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는 겁니다. 지난해에도 했는데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박상규 학장=“시장의 주도권은 소비자가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춰 지원해야 해요. 골목상인에 대한 신뢰 구축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예요. 기업가 정신이나 상인정신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상인 교육이나 자생력이 필요합니다.”

△김선태 이사장=“맞는 지적입니다. 소상공인들도 변해야 합니다. 정부정책이나 시대 흐름에 맞게 따라가야 하는데 못 하고 있는거죠. 나들가게로 선정되면 포스(POS)도 해주고 이자대출도 해줍니다. 하지만 너무 안이하게 합니다. 공산품 가격만 내리고, 고객들이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는것 같아요. 사실 편의점의 경우 대부분은 단가가 비쌉니다. 하지만 그래도 장사는 잘되지요.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즉석식품을 판매하는 등 마케팅의 결과입니다.”

- 대형유통업체와 소상공인의 상생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박승균 회장=“일단 확실한 지역상권 보호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입점에 대한 거리 제한을 확실히 둬서 소상공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김지영 과장=“현재 추진 중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례를 각 시·군들이 잘 제정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입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상인들의 의식입니다. 올해는 일반 슈퍼마켓 점주도 교육하는 방안을 검토해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김진천 본부장=“사실 강원도 같은 경우 하나로마트가 점유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로 마트를 어떻게든 규제대상에 포함해서 그 이익이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선태 이사장=“각 부처들이 의지를 갖고 도와주면 소상공인들도 힘을 얻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류사업 부분에 대해서는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랍니다.”

△이병호 이사장=“일단 가장 중요한 게 자구책인 듯합니다. 상인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일선 현장에서 노력해 보겠습니다. 각 정책기관에서도 실질적으로 슈퍼마켓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의지가 있는 상인들을 도와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전찬국 팀장=“지역 소상공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으로 열심히 돕겠습니다.”

△박상규 학장=“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일단 신뢰를 쌓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할 수 없는 것을 파고들어 지역 밀착형 경영을 해야 합니다.”

정리=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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