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도의 슈바이처' 이기섭박사 별세

- 20여년간 오지 돌며 '사랑의 仁術' 베풀어

 '강원도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속초에 정착한 이래 평생을 벽지 주민진료와 건강증진에 앞장했던 이기섭박사가 25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3세.

 이박사는 1913년 황해도 수안출생으로 1938년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하고 일본 경도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후 이화여대 부속병원장을 역임했다.

 4·19 등 정치격랑을 피해 무의촌으로 들어가 봉사하겠다고 결심한 이박사는 지난 62년 속초시 중앙동에 외과의원 개설했고 속초보건소, 속초의료원 등에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돌봐왔다.

 이박사는 속초의료원을 떠난 82년 한 오지마을에 진료활동에 나섰다가 약 한번 써보지 못하고 고통받는 주민들을 목격한 후, 이후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왕진가방을 챙겨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며 양양군 서면 서림리와 황이리, 갈천리, 영덕리 등 오지마을로 진료를 다녔다.

 이곳 마을 주민들중 이박사의 왕진을 받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20여년간 무료진료 활동을 벌여온 이박사는 이같은 생명존중 사상을 몸소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제8회 중외박애상을 수상했고 2001년에는 보령제약 의료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초대 설악문화제 위원장을 역임한 이박사는 설악산에 대한 사랑도 남달라 지난 64년 설악산악회를 창립하고 93년에는 설악산 소공원에 '산악인이 문'을 건립하는 등 산악인을 중심으로 설악산 자연보존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늘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날까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데 행복을 느낀다”는 말을 해왔던 이박사는 설악과 속초의 자연을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했다는 게 주변인들의 말이다.

 노광복속초문화원장은 “신앙심이 누구보다도 깊었으며 화려한 도시생활을 접고 설악산에 매료돼 속초에 의원을 개설했으며 40년이상을 속초에서 사신 분“이라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몸이 아픈 다른 노인들을 찾아 봉사하는 진정한 의료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속초시는 이박사의 장례를 속초시 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함동실(88)씨와 1남4녀가 있다. △발인=29일 오전9시 속초문화회관 광장 △장지=속초시화장장 △빈소=속초시문화회관 문화원전시실 △연락처=(033)632-1231. 속초=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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