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좋은 이야기만 한다면 시사만화의 생명력은 없다"

시정 홍보지에 대통령 비방 … 파문 확산

만평에 욕설 몰래 그려넣어

시민 캡처화면 인터넷 공개

市, 시사만화가 계약 해지

만화가 “시는 몰랐다” 해명

원주시가 시정 홍보와 고향 소식을 알리기 위해 매월 2회 발행하는 시정홍보지 '행복 원주'에 현직 국가 원수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문구가 들어간 채 시민과 출향인사들에게 배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원주시가 지난 1일자로 발행한'원주 행복' 제230호 12면 만평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제목으로 '호국영령'이라고 쓰인 비석 앞에 묵념을 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비석 아래 제단 옆에 적힌 상형문자 모양의 문구를 세로로 살펴보면 '이명박 ○○○, 이명박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현직 대통령을 향한 욕설이 실린 시 공식 홍보물이 전국으로 배달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행복 원주'는 회당 2만2,000부 발행되며 시민, 읍·면사무소, 동주민센터로 배송되고 1,500여 부는 다른 시·도에 거주하는 원주 출신 인사들에게 발송되고 있다.

이 같은 황당한 사건은 17일 오전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공식 블로그에 한 시민이 캡처 화면과 함께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원주시 관련부서는 시정 홍보지가 발행된 지 2주일이 넘도록 이 같은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시 관계자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및 조문 시점이었던 것 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 해당 시사만화가를 즉각 불러 엄중 질책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화의 구석구석까지 살피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만평을 그린 시사만화가 최모씨는 전화통화에서 “원주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다. 시사만화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시보에 실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인정한다. 좋은 이야기만 한다면 시사만화의 생명력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류병수·김설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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