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빵 터진' 제2의 인생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사회적기업 '행복한 빵가게'

◇사회적기업 '행복한 빵가게' 직원들.

한때 프랜차이즈에 밀려

빚 떠안고 사업 실패 좌절

모자가정 등 소외이웃과 손잡고

화학 첨가제 없는 빵 만들어

일일 매출 수백만원 '재기 성공'

“베이킹파우더 없이, 유화제도 안 넣은 건강한 빵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합니다.” 3명의 제빵사가 차상위수급자, 모자가정 등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사회적 기업 행복한 빵가게가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만든 즉석빵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소비자협동조합 한살림 강릉, 동해, 속초지점에서 일일 매출 100만원 이상을 보이며 판매되고 있다. 즉석냉동피자도 한살림 유통망을 통해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하루 매출 2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행복한 빵가게를 구성하고 있는 10명의 구성원 가운데 건강한 빵을 만드는데 가장 큰 공헌자는 채동현(43) 개발실장.

할아버지 때부터 제과점을 해 온 3대 제빵사 집안의 둘째 아들이다. 형 채동하 동우전문대 제과제빵과 교수와 함께 빵으로 대한민국 일등이 되겠다는 신념으로 어려서부터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며 이론과 실무를 익혔다. 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형과 함께 서울에서 제빵학원과 제과점을 동시에 열었다. 그러나 대기업이 프랜차이즈 빵가게를 잇따라 오픈하면서 결국 2009년 많은 빚을 지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어렵게 지내다 강릉 한살림의 김대진 상무를 만나게 됐다. 화학첨가제 없는 빵을 만들자는 김상무의 제안에 채씨는 몇 개월을 고민하다 2011년 6월 사회적기업 행복한 빵가게에 합류했다. “베이킹파우더 없는 빵, 유화제 없는 빵을 만들자는 것은 제가 평생 배운 제빵 기술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 였다”고 채씨는 고백했다.

20년 이상 빵을 만들었던 박세봉씨와 김문정씨도 의기투합했다. 이들 역시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들어오면서 실업자가 돼 속옷을 팔고 청소를 하며 제빵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행복한 빵가게를 통해 다시 한 번 제빵사로서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

5개월동안 시행착오 끝에 행복한 빵가게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베이킹파우더 대신 효모로 밀가루를 부풀리고 재료도 우리밀 등 한살림에서 나오는 것만 쓰고 있다. 반응은 뜨거웠다. 채씨는 “아직 시작 단계”라며 “현재 10여종의 빵이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30~40종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최종 목표는 재료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빵 만들기”라고 말한다.

강릉=조상원기자 jsw0724@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