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내 나이 칠십, 매일 출근하는 직장 있어 행복”

정년 없는 시대-일자리 찾아 새 인생 사는 노인들

◇춘천시니어클럽 콩튀니사업단에서 일하는 고령자 직원들이 쥐눈이콩으로 만든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한때 잘나갔던 공무원·교장

퇴직후 재취업 번번이 고배

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경비조차 쉽지 않아

횡성 공동체농업 영농조합

양양 송천 떡마을 영농조합

직원들 대부분 65세 이상

“열정만큼은 젊은이 못지 않아”

정년제로 원하지 않는 은퇴를 해야 했던 노인들이 자신이 필요한 일자리를 찾아 새 삶을 설계하면서 도내 곳곳에서 정년의 경계는 벌써 허물어지고 있다.

홍순창(70)씨는 매일 오전 9시 원주 노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무원이었던 홍씨는 2002년 퇴직 후 재취업에 나섰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노인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에 그린콜의 단원이 돼 새 인생을 열고 있다.

홍씨는 33명의 노인들로 구성된 단원들을 지도하며 원주시 전역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홍씨는 “아직도 일할 수 있고 직장이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오는 12월 재계약을 앞두고 대기 중인 노인만 200~300명에 달하는데 일자리는 적고 일하고 싶은 노인은 너무 많다”고 했다.

퇴직 전 교장까지 역임했던 신수웅(72)씨는 42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4년을 쉬었다.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2008년부터 노인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춘천 시니어 클럽 콩튀니 사업단장을 맡은 후 삶에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신씨는 “퇴직 후 아파트 경비라도 하려 했지만 60세가 넘는다며 쓸 생각조차 하지 않더라”며 “현재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원 20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이지만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만큼 노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사회 또는 기업에서 받아주지 않는 퇴직자들을 모아 사업을 꾸려가는 현장도 있다.

횡성 공동체농업지원센터 영농조합법인에선 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 중 윤종상(43)대표와 총무를 제외하면 7명이 65세 이상 퇴직자나 농민들이다.

직원들은 오전 9시 전에 출근해 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양계장 내부를 청소하고 닭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양계장에서 생산된 유정란을 포장하고 자신의 밭에서 직접 가꾼 농산물을 가져와 반찬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윤종상 대표는 “직원이 대부분 70~80대 고령자이지만 마을을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며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양 송천 떡마을 영농조합도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직원 15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8명에 달한다.

요즘 같은 명절 대목에는 주문량이 밀려 밤샘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인절미, 송편 등 떡을 빚는 것부터 제품 포장까지 노인들이 옛 손맛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탁상기(55) 대표는 “수익금은 직원들에게 월급으로 돌려주고 대부분 노인으로 구성된 마을 주민들에게 일정 부분 환원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범 한림대학교 고령사회연구소장은 “저출산에 따른 생산인구의 감소와 고령자의 증가로 강원도는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령자의 사회 및 경제활동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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