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원주]확바뀐 구도심 문화·경제 중심지로 거듭난다

사람중심 교통문화 원일·평원로 일대 부활의 꿈

◇일방통행을 비롯한 지중화, 미관개선공사를 하기 전 원주시 원일로(사진왼쪽)가 공사를 마친 후 정돈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주=오윤석기자

국내 첫 핵심부 일방통행 시행

인도 3~5m 넓혀 보행권 확보

전봇대 사라지고 꽃·나무 식재

지하상가를 협동조합존으로

다양한 콘텐츠 방문객 급증

우리나라 보행자들에게는 이런 인식이 있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이 켜지면 좌우를 두리번두리번 잘 살핀 후 가능한 빨리 건너야 하고, 노란불에서는 전속력으로 달려야 살아남는다.'

물론 빨간불에는 절대로 건너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원주 도심에서는 이같은 통념을 무시해도 된다.

2011년 7월 전국 최초로 구도심 전 구역에 일방통행이 시행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한쪽 차량만 확인하면 된다.

길을 건널때 좌우를 살피고 자동차 사고의 위험을 느껴야 하는 일이 적어도 절반은 줄어든 것이다.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사람이 자동차에 우선한다는 뜻도 된다.

우리나라처럼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가 고착화된 상황에서는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보행자의 입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 마침 지나던 차량이 멈추고 어서 길을 건너라는 제스처를 보내는 것을 경험한 후, 운전자 입장이 됐을 때 자신이 겪은 그 상황에 직면하면 어떻게 할 지 상상하면 된다. 이런 작은 배려의 문화는 금방 전염된다고 한다.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원주시의 일방통행은 바로 이 같은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 정착의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길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그 길 위의 모든 탈것은 단지 사람의 편리를 위한 것일 뿐, 결코 사람에 우선할 수는 없다.

일방통행은 자동차들이 질주를 하도록 만든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니라 사람중심의 교통문화를 위한 교통체계다.

원주시 관계자는 “전국적인 사례가 돼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을 하는 등 관심이 높다”며 “교통문화를 개선하는데 도움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주 구도심이 지난해 10월 완료된 일방통행과 전선 지중화, 도심미관 개선사업으로 새로운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원주시가 2010년 4월 경찰청의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모델도시 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63억원, 도비 10억원, 시비 141억원 등 214억원과 한전과 통신사업자 부담 80억원 등 총 294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2011년 7월 구도심의 간선도로인 원일로와 평원로에 일방통행이 전격 시행됐다.

도시 핵심부 전 구역에 대해 일방통행이 시행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일방통행에 이어 그해 10월 이 구역 일대에서 전선 지중화사업도 착수됐다. 시민들의 삶의 틀을 바꾸는 충격적인 변화가 잇따라 추진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변화를 귀찮아 한다. 자신의 삶에 혼란이 일어나는 변화는 더욱 싫어한다. 물론 공사로 인한 불편도 있었다.

시민들의 불만은 봇물처럼 쏟아졌다. 사실 전선 지중화공사 계획이 세워진지는 10년도 더 됐지만 감히 시행을 못했다. 시장들이 시민들의 민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방통행과 전선 지중화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됐고, 2012년 11월 도심미관개선 공사까지 완료됐다.

구도심 노후와 흉물의 상징인 전봇대를 없앴고 조경이 대폭 보강됐다. 평균 2m에 불과하던 인도폭을 도로 상황에 따라 3~5m까지 넓혀 보행자들의 보행권이 확보됐다. 일방통행 구간의 인도를 이처럼 대폭 넓히면서 동시에 시행한 미관개선 사업도 전국에서 처음 시도한 사례다. 대폭 넓힌 인도는 나무와 꽃으로 단장을 했으며 삭막하고 지저분하던 거리는 예쁜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도심의 미관을 망가뜨리던 상징물인 전봇대의 전선이 땅속으로 사라지면서 도심 이미지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창환 상지대 교수는 “구도심의 재창조를 위한 기본 인프라 준비는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역사도심을 활용해 천년 원주의 정체성을 찾고 도심 슬럼화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구도심에 행정과 재정력을 이처럼 쏟은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위축되는 상권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시의 최대 숙제이며 난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성장하는 도시에서 구도심의 낙후는 전 세계 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공한 도시로 도약할 수 없다. 구도심을 살리려면 시민들이 스스로 찾아 오도록해야 하는데 그 대안이 바로 일방통행과 전선 지중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방통행이 주는 편리와 안정감이 유인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전봇대가 사라지고 대폭 확장, 개선된 인도의 미관이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였다.

또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한 구도심 전역에 시민들을 유혹할 훌륭한 콘텐츠를 계속 채워나가면서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상가를 협동조합존으로 운영해 협동조합 산업관광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협동조합의 메카인 원주에 맞는 콘텐츠다. 이처럼 구도심의 분위기와 시대의 흐름에 맞는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보행자문화, 공연문화, 재래시장문화, 역사문화 등 모든 문화로 어우러진 융합된 원주만의 도심문화를 통해 구도심의 화려한 부활이 기대된다. 문화의거리 상인회 이준조 회장은 “많은 변화의 수용에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데 점진적으로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주=김대중기자 kdjmoney@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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