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십시일반의 기적]“마음만 나눠도 부자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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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지식재산 재능나눔사업

◇철원 마을기업 '뚜루뚜루 영농조합법인'의 이병희 기업장(가운데)과 재능기부자인 최정계 (주)휴먼산업디자인 대표(오른쪽), 한성용 변리사(왼쪽). ▶이 기사는 강원일보TV(www.kwnews.co.kr)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강원지식재산센터 전문가 재능기부로 창업지원 활동

철원 쌀눈비누업체 특허·디자인 비용 수천만원 절약

철원군 철새마을에서 사는 이병희(49·동송읍 양지리)씨는 글자가 빼곡한 스케치북을 수북이 가지고 있다. 20년간 농사지은 쌀로 무엇을 할까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적혔다. 오대쌀로 만들고 쓰기를 반복하며 유기농 쌀눈비누를 개발했고, 2011년 뚜루뚜루 영농조합법인이란 마을기업을 창업했다.

제품에 담긴 '농부의 진심'은 냉혹한 시장에서는 울림 없는 메아리였다. 판로 개척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 특허등록은 농사만 지어 온 이씨에게는 못 넘을 산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각오로 지난해 9월 참가한 강원도 풀뿌리기업 페스티벌에서 그는 '구세군'을 만날 길을 찾았다.

강원지식재산센터를 알게 돼 '지식재산 재능나눔사업'에 신청했고 같은 사업에 재능기부자로 참여한 한성용 (청암국제특허법률사무소)변리사, 최정계 (주)휴먼산업디자인 대표를 지난 5월 만나 수혜기업이 됐다.

서울에서 왕복 6시간 거리에 있는 뚜루뚜루 마을기업으로 지난 2일 오후 최 대표와 한 변리사가 찾아왔다. 사무실 벽에는 최정계 대표가 디자이너들과 만든 브랜드의 글자체 디자인과 심벌마크 시안 20개가 펼쳐져 있었다.

이병희 기업장과 거듭된 논의 끝에 붓글씨 타이프로 된 고급스러운 서체가 최종 낙점됐다.

한성용 변리사는 A4용지 수장으로 정리한 특허 요지 리스트를 건넸다. 앞서 출원된 쌀눈비누 특허들을 조사한 내용이다.

한 변리사는“이렇게 유사성이 있는 특허들이 이미 출원된 상태이기 때문에 차별화된 제조기술이 있어야 특허 등록도 가능하고, 특허침해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상표권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분쟁과 대리 업무를 보는 변리사는 고시 수준의 자격시험을 거쳐야 한다. 디자인 작업도 계약을 맺으면 수백, 수천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최정계 대표는 “업계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간을 내서 돕는 것이 쉽지 않지만, 창업을 할 때 막막함을 알기 때문에 내 일처럼 도왔고, 재능기부를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의 재능기부는 '프로보노'로 불린다. 미국 법조인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무료 변론하던 활동을 의미하는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공익을 위한 모든 전문적 기부활동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최 대표와 한 변리사의 재능기부의 공익적 가치는 무엇일까.

이병희 기업장은 “비무장지대의 가치를 담은 제품과 농촌체험프로그램, 동네 어르신들이 용돈을 벌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어내는 마을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철원=신하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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