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툭하면 기관고장·정비불량 동해상 한 해 수백명 조난

긴급점검=강원도 안전한가 <1>여객선 안전불감증

지난해 8월 410여명 조난 지난 18일에는 엔진 고장으로 휴항 조치

대형여객선 대부분 외국서 임차 안전점검 실질적 권한 국내 없어

컨트롤타워 없어 통합관제·점검 제대로 안 돼 … 전문인력도 부족

세계적인 경제강국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에서 476명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되고 그 후 6일이 지나도록 한명의 생존자조차 구하지 못하는 현실은 그동안 이 사회가 '안전'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무관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겉만 멀쩡했을 뿐 속은 텅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강원일보는 이에 따라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오래전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불감증'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한다.

■최근 연속 발생한 여객선 고장

21일 강릉항과 울릉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씨스타 3호의 엔진에 폐그물이 걸리면서 이날 여객선 운항이 4시간 동안 지연됐다.

씨스타 3호는 이날 오전 9시30분 강릉을 출발해 울릉도로 갈 예정이었으나 엔진그물 제거 작업이 늦어지면서 여객선 출항시간은 오전 11시로, 또다시 오후 1시로 2차례나 미뤄진 끝에 이날 오후 1시40분에 출항했다. 이 과정에서 출항 지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나 후속 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주)씨스포빌 여객선은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강릉 앞바다에서 추진기에 부유물이 감기며 멈춰서 탑승객 410여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에도 엔진 고장으로 운항이 중단돼 승객 160여명이 울릉도에 이틀간 발이 묶이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또 묵호항~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썬플라워 2호도 지난 17일 4개 엔진 가운데 2번 엔진에 이물질이 끼어 정해진 시간에 입항하지 못한 데 이어 18일에도 같은 엔진에 이상이 발생해 결국 19일부터 30일까지 휴항한다.

■훑어보기식 안전점검

이러한 고장은 여객선에 대한 사전 정보와 안전점검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에 진도에서 사고가 난 세월호의 경우 수입 후 탑승인원을 늘리려 증축을 했다. 문제는 도내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형여객선이 외국에서 여러 선사를 거쳤기 때문에 증축이나 개·보수를 거쳤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안전점검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강릉 묵호 등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국내 여객선의 경우 해경이 관리주체지만 이를 민간단체인 한국해운조합에 위임한 상태다. 선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가 스스로를 감독하고 있는 셈이다.

또 속초의 뉴블루오션호와 동해의 DBS크루즈훼리 이스턴드림호도 모두 중남미의 파나마에서 임차해온 선박으로 이들 여객선에 대한 안전점검 권한 및 책임이 모두 파나마에 있다. 선박 자체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점검은 국내 권한으로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백민호 강원대 재난방재학과 교수는 “재난안전 분야에서는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이 돼선 안 된다”고 전제하고 “안전점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체가 지자체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여객선 건조 20년 기본

여기에 여객선들이 노후화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선령 25년을 넘긴 연안여객선의 운항 금지 규정을 뒀으나 2009년 1월 이를 완화해 매년 검사를 받을 경우 5년 더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도내의 경우 묵호~울릉 간 썬플라워 2호가 1996년에 건조돼 18년, 강릉~울릉~독도 간 씨스타 3호는 16년이 된 오래된 선박들이다. 특히 도내에서 출발하는 대형 국제여객선인 뉴블루오션호의 경우 건조한 지 26년, 이스턴드림호는 21년이 지났다.

안전을 무시한 운행도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도내 동해상에서 벌어진 43건의 해상조난사고 가운데 기관고장과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는 31건으로 72%에 달했다. 실제 2012년 2월 풍랑주의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운항하던 유조선이 울릉도 인근에서 기관고장을 일으켜 선원 17명이 동해해경에 구조되기도 했다.

■컨트롤타워도, 인력도 없다=도내 유관기관들간의 네트워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21일 또 한번 드러났다. 강릉 씨스타3호가 이날 여객선 운항이 4시동안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도환동해본부는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선사측은 동해지방항만청과 해경, 해운조합에만 연락했고, 어느 한 기관도 도환동해본부에 연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지난 17일 유관기관 회의를 통해 협조체제 구축을 약속했지만 서로에게 연락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날 사고를 공유하지 않았다.

이처럼 여객선 운항관리를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여러 기관에서 나눠 맡으며 이들 선박간의 통합 관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전체 시·군 중 3분의1이 바다와 맞닿아있지만 해양전문인력은 찾기 어렵다. 강릉원주대가 해양 관련 학과를 운영중이지만 여객, 안전관리 등과 관련된 인력양성기관은 없다.

김상호 상지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을 통해서 선박과 항공 등의 위기 대책 매뉴얼의 현실성을 점검하고 전면 손질해야한다”며 “메뉴얼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지도 확실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창·최영재·최기영·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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