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생2막, 새 삶을 산다]국어 가르쳤던 고교 선생님 '나눔'을 가르치다

35년 몸담은 교직에서 물러나 지역사회 위해 일하는 이천식 도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

◇이천식 도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가 목공장에서 손수 만든 원목가구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위). 이 대표가 사회적기업 공동 브랜드 매장 '봄내가 자란다'에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박승선기자

사회서 받은 혜택 돌려주고 싶어

2010년 용기내 그만두고

'사회적경제' 분야서 중심 역할

소외계층과 덜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로 문 연 도시농업센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정 받아

한 사람에게 전한 '나눔'은

분명 큰 '보답'으로 돌아와

"인생에는 수많은 변화 있을 뿐

은퇴란 없어...

나눔은 남은 삶 목표이자 희망"

“우리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적 가치죠.” 지난해 11월 춘천시 온의동에 개장한 춘천권역 사회적기업 제품의 상설매장 '봄내가 자란다'에서 만난 이천식(62) 도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는 우리 사회의 '나눔의 정신'에 대해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그는 고교 학생들에게 '국어'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1975년 처음 교단에 오른 그는 2010년 돌연 35년간 몸담았던 교직에서 물러났다. 교단에 서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지금까지 누렸던 사회에서 받은 풍요로운 혜택을 다시금 주변 사람과 지역 사회에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안함,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올곧은 어른'으로 자라주길 바랐던 수많은 제자들과 아직은 가장의 힘이 필요했던 아내와 두 자녀에게 그랬다. 그러나 그의 선택에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이들은 바로 가족과 수많은 제자였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직함은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동대표, 도사회적기업협의회 대표, 춘천도시농업센터 대표다. 최근 도내 대안경제로 '사회적경제'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알기 어려운 단어다. 도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그에게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혼자라는 생각보다 스스로가 사회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그들과 함께 협력하고 연대하며 서로 나누는 지역 중심의 경제가 바로 사회적경제”라고 말했다.

'나눔의 삶', 현대사회에서 '나'보다는 '우리', '내 것'보다는 '우리의 것'이라는 의식을 그에게 심어준 건 다름 아닌 농사였다. 씨를 뿌린 만큼 거두려고 하면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는 그는 이후 뿌린 만큼의 절반만을 기대하며 농사를 지었더니 삶의 여유가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그 여유는 고스란히 주변 사람과 지역민들을 생각하는 여유로 채워졌다. 방법론으로 도시민을 위한 농업과 지역 환경운동을 결합한 사회적 목적의 기업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그는 퇴직 전인 2008년 춘천도시농업센터를 조직했다. '나눔'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도시민을 대상으로 텃밭 일구기 사업과 어린이 생태학습, 목공 체험 등의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지역의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천연원목을 재료로 한 가구를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밤새 독학을 통해 가구 제작 방법을 습득하고, 직원들과 하나 둘씩 완성품을 만들어 갔다. 그렇게 열정만 가지고 시작했던 수제 천연원목 브랜드 '나무와 함께'는 지난 2012년 1억여원의 연매출을 돌파했다. 지난해 여름께부터 시작한 원목 인테리어 사업을 비롯해 꾸준히 지역 일반·특수목적학교에서 실시해온 방과 후 목공교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은 1년 새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러한 그의 열정에 지역민들도 화답하듯 춘천도시농업센터가 문을 연 지 1년 만에 도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데 이어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며 도를 대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 대표는 “지역의 소외계층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모여 시작한 센터가 연매출 2억원이 넘는 기업이 됐다”며 “100% 수작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친환경 천연원목 가구라는 점이 가구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와 얘기를 나누며 춘천도시농업센터의 도심텃밭과 작업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업장 입구에 도착하자 흐드러지게 핀 봄꽃보다도 눈에 띈 것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유기농 체험 열린 텃밭'이었다. 센터 직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한햇동안 재배하는 대파, 부추, 쑥갓, 오이, 고추 등 제철 농산물은 인근 주민들이 직접 수확해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확한 농산물의 비용은 주민들이 알아서 놓고 가면 된다. 수익사업이라기보다는 주민들과 함께 나누자는 뜻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퇴계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유기농 채소를 구입하러 온다고 말했다. 그는 “나눔이 확산된 사회에서는 한 사람에게 전한 '나눔'은 여러 사람에게서 모아진 큰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러한 협동과 나눔, 호혜 등이 널리 퍼진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제 남은 삶의 목표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인생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을 뿐 '은퇴'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변화의 매 순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나의 행복을 주변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그는 35년 학생들에게 국어 과목을 가르쳐왔던 교단에서 내려와 지역사회에 '나눔'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변화된 인생을 꾸려가고 있었다.

홍현표기자 hphong@kw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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