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세상 떠난 아버지, 아들이 그 자리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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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 이은 버스정류장 이름

태백 상사미마을에 '권상철 집 앞' 이후 '권춘섭 집 앞'이라는 이름으로 대를 이어가는 정류장이 있어 화제다.

권상철 집 앞 → 권춘섭 집 앞

태백 정류장 명칭 '화제'

인근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의 이름을 붙인 정류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아버지에 이어 아들의 이름도 정류장 명칭으로 사용돼 '대를 이은 정류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정류장이 있는 곳은 태백시 삼수동 상사미마을이다. 정류장의 현재 이름은 2012년부터 '권춘섭 집 앞'으로 돼 있고, 그 전에는 '권상철 집 앞'이었다. 지난 2010년 권상철씨가 세상을 떠나자 그 아들인 권춘섭씨의 이름이 붙여진 것.

이 버스정류장이 특정인의 이름을 갖게 된 배경에는 15년 전 아내를 지극히 위하던 남편의 세심한 배려가 숨겨져 있다. 1999년 권춘섭씨의 부친인 고(故) 권상철씨는 당시 암투병을 하면서 걷기조차 힘들어했던 부인이 통원치료를 위해 버스를 자주 타야 했지만 정류장이 한참 떨어져 있던 탓에 힘겨워하자 태백시 교통행정계에 정류장 설치를 건의했다.

이 같은 사정을 들은 태백시는 버스업체인 영암운수와 협의를 해 정류장을 세우기로 했고 정류장 인근에 권씨 집 외에 아무런 건축물이 없자 고심 끝에 집주인 이름을 딴 '권상철 집 앞'으로 결정한 것이다.

권씨의 부인은 이 같은 노력에도 끝내 사망했고 또 정류장 설치를 건의했던 권상철씨도 세상을 떠났지만 오랜 기간 정류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의 이름을 붙인 신기한 정류장'으로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갈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권춘섭씨는 “전국적으로도 드물게 개인의 이름이 정류장에 사용되고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정류장도 잘 관리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영재기자 yj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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