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생2막, 새 삶을 산다]참 아름답다, 詩 쓰는 노년이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농협맨에서 문인으로 강정식 전 홍천문화원 부원장

◇농협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시를 쓰며 고향인 홍천에서 문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강정식(73) 전 홍천문화원 부원장이 작업실 창가에서 시를 쓰고 있다(사진 왼쪽), 강정식(73) 전 홍천문화원 부원장이 학창 시절부터 간직해온 일기장(오른쪽 위)과 초창기 문집들을 살펴보고 있다. 박승선기자

농협에서 30여 년간 평범한 직장인

재직 당시 기관지에 작품 투고

전국 금융인 백일장서 장원 하기도

퇴직 이후 더욱 왕성한 문학활동

각종 문학상 휩쓸며 더 화려한 삶

어릴 적부터 표어에 남다른 감각

'오염은 한순간 정화는 한평생'

'주는 만큼 부정하고 받는 만큼 부패'

표어 공모전서 대상 싹쓸이

테니스·바둑·골프로 바쁘게 움직여

"남은 삶 자신과의 약속에 집중할 것"

홍천읍의 한 골목길 중간에 위치한 자그마한 개인 서재에는 홍천과 우리나라 역사의 한 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5,000여점의 서적과 앨범 등 각종 자료들이 빼곡하다. 이곳은 2012년 국가기록원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시인 강정식(73)씨가 매일 아침 시를 구상하고 70여 년의 과거를 정리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강씨가 20여 년 전 농협 직원으로서의 삶을 마치고 문인과 국가기록원 민간위원으로서의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강씨는 지역 내에서 유명한 문학가이자 시인이며 지역 역사자료 수집가다. 1940년 횡성에서 태어나 열세살 되던 해 홍천읍 갈마곡리에 터를 잡은 강씨는 홍천중(6회)과 홍천농고(6회)를 졸업했고 대구 국제상사와 동아일보 홍천지사에서 지방특파기자로 활동했으며, 홍천 최초의 보습학원을 경영하기도 하는 등 치열하게 청춘을 보냈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던 강씨는 1967년 농협중앙회에 공채로 입사한 이후 30여 년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왔지만 1997년 퇴직 이후에는 더욱 왕성한 문학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의 인생 2막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강씨는 농협중앙회 재직 당시 기관지에 작품을 투고해 전국 금융인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는 등 특기를 살렸고, 이 같은 재능은 인생 2막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1990년 문예지 한맥문학의 한국시 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한 강씨는 이후 시집 '한줌의 소금(1994)'과 '산이 있기에(2004)'를 발행하기도 했다. 2001년 제5회 초허 김동명 문학상을 수상하고 2013년에는 제2회 홍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강씨의 문인으로서의 인생 2막은 직장인으로서의 인생 1막보다 어쩌면 더 화려하다.

지난해에는 월간문학지 '한맥문학'의 초대시인으로 선정돼 2013년 1월호에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등 3편의 시가 게재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시인 강씨의 인생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의외로 시가 아닌 표어다. “주는 만큼 부정하고 받는 만큼 부패된다.” 어디선가 듣고 본 듯한 이 표어는 강씨가 199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명선거 표어에 출품해 대상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표어에 남다른 감각을 보여온 강씨는 중학생 시절이던 1956년 반공표어대회에서는 '비밀이 새는 구멍, 크기 전에 막아내자'로 입상하기도 했다. '오염은 한순간 정화는 한평생'은 세계환경의 날 표어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홍천의 한서문화제(현 무궁화축제)의 슬로건인 '무궁화 큰잔치, 화합의 한마당'도 강씨의 작품이다. ' … 한순간 … 한평생'은 전국의 거의 모든 캠페인 표어에 응용되고 있다.

강씨의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중요한 요소는 문인으로서의 재능과 더불어 정신 및 육체의 건강 관리다. 지난 40여 년간 테니스를 즐겨온 강씨는 2000년에는 강원도 이순테니스대회에서 우승했고, 바둑에도 조예가 깊어 도대회 어르신부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절친인 중학교 동창 전상국 김유정문학촌장은 가끔씩 강씨의 서재를 찾아 바둑을 두며 인생을 논하기도 한다. 전상국 촌장은 “고향 친구의 서재에서 함께 바둑을 두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인생 그 자체를 즐기며 유쾌하게 사는 친구의 삶이 많은 사람에게 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씨는 최근에는 그라운드골프와 파크골프에 입문해 거실에 퍼팅 연습장을 만들 정도로 몸과 마음을 항상 움직이는 데 지체함이 없다.

전 홍천문화원 부원장이었던 강씨의 목표는 자신의 살아온 문학인으로서의 삶을 홍천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 예정돼 있는 홍천문화원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상태다.

중학생 시절 강원일보를 배달하면서부터 현재까지 60여 년간 구독해 오고 있다는 강씨는 “내 삶에 대한 확실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그에 따라 인생 1, 2막을 보람 있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며 “생을 85세로 보고 앞으로 10년 정도 남은 힘을 모두 다해 원칙과 상식, 순리에 따르며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의 서재 한구석에 있는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6년간 매일매일 빼곡히 자신의 인생을 남긴 낡디 낡은 일기장에서 향후 강씨의 인생 2막이 남길 기록의 가치 또한 남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홍천=이무헌기자 trustme@kwnews.co.kr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