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 여사와 일부 수행원 대동
1980년 7월31일 강릉 내려와
강원도 출신의 최규하 전 대통령은 비운(悲運)의 대통령이었다. 뛰어난 행정력과 외교가의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었으나 시대가 그를 곱게 두지 않았다.
1979년 12월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그 출발부터 불안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하고 난 후 이미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쥐고 있었던 탓에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의 휴가는 이러한 불안한 정치적 상황이 가져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생일 파티와 가족여행을 위해 강원도로 왔지만 최 전 대통령은 고민과 고뇌를 안고 떠밀리듯 휴가를 가야 했다. 1980년 7월31일, 그는 부인 홍기 여사와 일부 수행원만 대동한 채 4일간의 일정으로 강원도 강릉과 속초로 떠났다. 휴가 출발 직전 신군부는 최 전 대통령에게 대놓고 하야를 종용했다.
그렇게 떠나온 그의 휴가는 조촐했'다. 휴가 기간 동안 그를 따르는 수행원들은 몇명 되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국가기록원에도 최 전 대통령의 재임 마지막 휴가에 대한 사진과 기록이 많지 않았다. 특히 어디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또 누구를 만났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최 전 대통령은 8월4일 오후 휴가에서 돌아온 지 2주 후인 8월15일 전격 하야를 선언한다.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통령에 머물렀지만 강원도를 위해 도로, 교량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직접 지시하는 등 고향을 배려했다.
최기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