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백골시신을 통해 본 그시절 화전민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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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도 없이 입던옷 그대로 매장”

횡성 국도 공사장서 발견

1960~70년대 화전촌 위치

수사 결과 타살 혐의점 없어

가난했던 당시의 삶 드러나

속보=지난달 30일 오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국도 6호선 확장 공사 중 발견(본보 지난 1일자 5면 보도)된 여성 백골 시신은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화전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시신은 오랜 시간 부패해 두개골 일부와 팔·다리뼈 일부만이 수습됐다. 감식결과 천으로 팔다리를 묶은 흔적이 발견돼 잠시 경찰을 긴장시켰다. 사망 당시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 일부도 발견됐으나 분명 수의(壽衣)는 아니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워낙 깊은 산골로 인근에 인가도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수사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시신을 묶은 천은 장례절차 중 시신을 이불로 싸 묶는 염(殮)을 한 것. 또 묏자리를 쓴 듯 땅을 다진 흔적도 있었다. 숨진 여성이 입고 있던 옷은 1970년대에나 입던 원단이었다.

경찰은 현재 시신 신원 확인 등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으나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별다른 기대는 걸고 있지 않다.

주변 탐문 결과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1960~70년대 화전민이 대규모로 유입돼 나름 규모 있는 마을이 형성됐던 곳이었다. 가난한 시절 너무 많은 화전민이 몰려들자 정부가 1980년대 녹화사업과 강제이주정책을 추진하며 마을도 사라졌다.

현재 백골 시신의 타살 혐의점은 없는 상태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수십년 전 화전민 여성이 숨진 후 생전 입던 옷 그대로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가난으로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했던 화전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유용석 삽교3리장은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화전민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무농사를 지어 힘들고 비참하게 살았다”며 “당시 정부에 의해 대부분 먼 곳으로 쫓겨나다시피 떠났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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