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일제에 찢겨진 소나무들 `네거티브<아픈역사> 문화자산'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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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과학원 오대산 불당골 역사적 기록 보존

◇일제가 송진 채취를 위해 껍질을 벗긴 오대산 불당 소나무.

전쟁용 송진 채취 위해 나무 밑동 찌르고 긁어

태백산맥 일대 5억㎥ 수탈… 현재 가치 50조원

속보=일제강점기 일본이 전쟁 물자인 송탄유(松炭油)를 만들기 위해 도내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면서 남긴 수탈의 상처(본보 2016년 8월16일자 1면 보도)가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된다. 이번에 보존이 결정된 오대산 월정사 불당골 일대는 지난해 본보가 8·15 기획보도를 통해 대규모 수탈 흔적이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된 바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일제강점기 전쟁물자인 송탄유를 만들기 위해 한반도 전역의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면서 남긴 상처를 조사, '송진 피해 소나무 전국 분포도'를 제작한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송진 채취 흔적이 남아 있는 소나무 서식지를 조사해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을 추진, 송진 채취 피해목의 역사적 가치를 기록문화로 남길 예정이다. 산림 수탈과 착취의 흔적이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네거티브 문화자산'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도내에서는 오대산 월정사 불당골 일대와 삼척 준경묘, 강릉 옥계 일대가 포함됐다. 전국적으로는 석모도, 박달재, 문경, 서산, 안면도, 보령, 직지사, 합천, 안의, 남원, 운문사 등이다. 지난해 본보 보도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오대산 불당골 내 100여그루의 소나무에는 나무 밑동을 끌로 찌르고 긁어내면서 생긴 폭 30~40㎝, 깊이 10㎝가량의 'V'자 모양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다. 송탄유는 소나무에 상처를 내 송진을 받아 끓여 만든 전쟁물자다.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조선총독부는 국권을 침탈한 1910년부터 '조선임야분포도' 등을 제작해 우리나라 산림 현황을 파악했다. 당시 일제는 오대산 등 태백산맥 일대에서 5억㎥의 산림자원을 수탈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0조원을 넘는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는 “앞으로 송진 채취 피해목과 같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산림자원들을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최기영·임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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