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기러기 농민'

농촌학교는 모두 문 닫아

처자식 도시 유학 보내고

나홀로 남아 힘든 농사일

갈수록 열악해지는 교육여건

농촌→도시 전입 급속히 늘어

농촌의 열악한 교육현실에 일명 '기러기 농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혼자 밥 지어먹으며 고된 농사일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이 시대 농촌 아버지들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 자녀를 둔 농가 김모(49·화천)씨는 4년 전부터 홀로 생활하고 있다. 막내 아들(13)의 교육 때문에 택한 고육책이다. 화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아들을 춘천지역 학교로 보냈다 다시 서울 학교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아내도 뒷바라지를 위해 상경, 2주에 한 번 정도 주말 집을 찾는다.

평일 내내 5명의 가족으로 왁자지껄했던 집 안은 정적만이 감돌 뿐이다. 김씨는 “서울 아빠들은 더 나은 자녀들의 해외 유학을 위해 기러기 아빠를 자처하지만, 농촌 아빠들은 최소한의 공교육(도시 유학)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는 게 다른 점”이라고 했다.

'경제 논리'로 농촌 학교가 없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인근 도시 학교로 진학하는 게 발단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1982년부터 올해까지 35년간 도내에서 문을 닫은 초교와 분교는 442개교에 이른다. 현재 남아있는 383개교보다 59개교나 더 많은 수의 학교가 사라진 셈이다.

현원철 강원교육희망재단 상임이사는 “농촌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일자리뿐만 아니라 '교육환경'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방증하는 현상이 기러기 농민”이라고 했다.

실제 도내 소도시 인구는 서울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의 더 큰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강원연구원 조사 결과 2015년 한 해 춘천시로 주소지를 옮긴 가장 많은 전입자는 인접한 화천군으로 975명에 달했다. 원주시는 횡성군에서 가장 많은 1,285명이, 강릉시는 동해시에서 603명이 이주했다. 박상헌 강원연구원 박사는 “기러기 농민은 수십년간 서울 등 수도권에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투자와 권한을 집중한 결과”라며 “새 정부는 하루빨리 지방분권으로 정책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류재일·윤종현기자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