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온 덴 헌 건 어떵 됨수과?” 인민군 격퇴한 `사투리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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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온다고 한 것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양구 도솔산전투 도청 막고자

제주 사투리로 통신 주고받아

적 2개 사단 격퇴 '숨은 공신'

“알아수다. 온 덴 헌 건 어떵 됨수과?(알겠습니다. 지원 온다고 한 것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양구군 도솔산 일대. 전략적 요충지 도솔산을 탈환하기 위한 전투가 펼쳐지던 중 알아듣지 못할 언어가 아군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아군도 적군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제주도 사투리가 뜬금없이 무전기를 타고 오간 것.

당시 전투에 투입됐던 해병 1연대 1대대장이던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은 무전기 탈취와 도청으로 군사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주도 출신 해병대 3·4기 대원 일부를 통신병으로 배치했다.

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백병전에 아군 무전기를 적에게 빼앗기자 지휘부에서 내놓은 새로운 전략이었다.

기발한 '사투리 통신' 전략은 효과를 보였고 우리 군은 인민군 2개 사단을 격퇴하며 승리를 쟁취했다.

도솔산전투에서 1대대 통신병으로 활약한 강용택(86)씨는 “작전명령, 부대이름, 포격 위치, 이동 방향을 포함한 모든 군사 정보를 제주어로 바꿔 교신을 했다”며 “제주어가 도솔산 고지 탈환에 기여했다는 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종현기자 jjong@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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