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고(故) 최숙현 씨의 아버지 최영희 씨 딸을 향한 그리움에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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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가해자들이 영구제명 당해 정말 다행입니다"

고(故) 최숙현 씨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7일 "딸에게 고통을 준 감독과 선수가 영구제명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이런 결정을 내려줘 고맙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왜 그전에는 움직이지 않았을까"라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어 "공정위 결과를 듣고 딸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이고, 사실 파악에 나섰다면 우리 숙현이가 살아 있었을 텐데…"라고 울먹였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6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7시간여의 긴 회의 끝에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고, 여러 피해자를 만든 김규봉 감독과 장 모 선수를 영구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오후 4시에 시작한 공정위가 오후 11시께 끝났다.

공정위 결과를 기다리던 최 씨는 안도하면서도, 딸을 향한 그리움에 휩싸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 자료를 보면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는 2020년 2월 6일 경주시청에 가혹행위 내용을 신고했다.

이후 3월에는 최숙현 선수와 가족이 대구지방경찰청과 검찰청, 4월에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6월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피해를 호소했다.

하지만 최숙현 선수에게 '가해 혐의자가 처벌받고, 자신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준 단체는 없었다. 최숙현 선수는 6월 25일에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과 통화했다. 그리고 6월 26일 오전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최영희 씨는 "신고를 시작한 5개월 동안 누구도 숙현이를 보호하지 않았다. 그게 참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했다.

많이 늦었지만,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이 체육계에 남아 있는 폭력에 공분했다. 권위에 눌려 있던 다른 피해자들도 최숙현 선수 덕에 용기를 냈다.

최영희 씨는 "용기를 내준 추가 피해자들이 정말 고맙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용기를 내준 선수들 덕에 우리 숙현이가 억울함을 풀고 있다"고 했다.

최영희 씨는 "우리 숙현이 이름이 나온 기사를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하지만, 늦게나마 숙현이가 억울함을 풀고, 추가 피해자들이 보호받으려면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실이 모두 밝혀지고, 가해 혐의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버틸 것이다"라고 했다.

이태영기자

사단법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이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여다보며 정부의 극단적 선택 방지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안실련은 7일 성명을 내고 "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 뒤에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정책의 후순위로 판단하는 정부 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4월 고 최숙현 선수가 관련 내용을 신고한 뒤 신속하게 조사를 하지 않은 대한체육회와 소속 클린스포츠센터, 2월 진정서 접수 후 미숙하게 처리한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부실한 대응과 직무유기로 故 최숙현 선수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 경찰관을 파면하고 지휘라인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간 1만3천000여명, 하루 37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의 상설위원회로 생명존중 자살예방위원회 설치, 생명존중 자살예방을 위한 안정적인 예산 마련, 중앙자살예방센터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현재의 30배 수준으로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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