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인터뷰]`허균문학작가상' 수상한 구효서씨

- “허균·허초희 남매 문학적 뮤즈로 부활해야”

 강원일보사와 허균허난설헌선양사업회가 공동주최하고 강릉시가 후원한 제2회 허균문학작가상 시상식이 15일 강릉시 초당동 허균'허난설헌 생가터에서 열렸다.

 제9회 허균·허난설헌문화제로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작가인 소설가 구효서(49·사진)씨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순금 상패가 전달됐다. 시상식장에서 구씨를 만나 수상의 의미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말 발표한 소설 '조율'로 수상한 구씨는 “한글 소설의 기원이 된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선생의 예술혼을 기려 만들어진 상을 수상하게 돼 작가로서 더없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풍경은 기원을 은폐한다'는 말이 있다. 눈앞에 볼거리, 먹을거리에 취해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게 되는 것을 빗댄 말인데 20년동안 두문불출하고 소설만 쓰다보니 초발심이었던 문학정신은 옅어지고 인기, 돈, 명예를 ●는 제자신을 발견하곤 한다”며 “그럴때마다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지 되돌아보며 스스로 겸허해지고 겸손해지려고 하는데, 오늘 이 상을 수상하며 또다시 초발심으로 되돌아가야겠다는 자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식에서 구씨는 허균이 우리 나라 소설과 문학에 대해 끼친 영향에 대해 조목조목 의미를 되짚어 줘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서쪽끝 강화도에서 태어난 제가 동쪽끝인 강릉까지 와서 수상하게 될 줄 몰랐다”고 말문을 연 구씨는 “한글소설의 시조이자 기원이 된 '홍길동전'이 너절하거나 애로티즘 일색이라거나, 허무맹랑하게 귀신이 나오거나 한다면 기원이라는 작위를 줄 수 없다”며 “그러나 지금 되돌아봐도 '홍길동전'은 제대로 된 소설작품이자 작가정신이 살아있는 손색없는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제가 허균문학작가상을 받았다는 것은 작가로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정의했다.

 또 “일제강점기에 끊어진 우리 문학의 맥을 이은 동인·이상·황순원문학상은 있어도 그들 소설의 기원인 허균선생을 기리는 문학행사는 없었다”라고 지적하고 “다행히 9년전부터 강릉에서 문학의 기원이 된 허균과 그의 누이 허초희를 기려 추모제를 지내고 이렇게 '허균문학작가상'을 제정해 작가들에게 상을 수여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며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강릉만의 자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균이 홍길동전에서 부르짖었던 인류평등의 메시지는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탄생시킨 프랑스대혁명 보다도 앞선, 선구자적인 정신이었다”고 강조한 구씨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보편타당한 인간의 가치를 주장한 홍길동전이 문학적 성취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한자문학권,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문학적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균과 허초희 남매는 조선시대의 특수한 가치관에서 추방당한 영웅”이라고 정의하고 “불우한 시절, 그들은 당시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했지만 400년이 지난 지금 문학적 뮤즈로 다시 부활시켜야 하는게 시대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또 “허균·허난설헌문화제가 '지역을 넘어 세계속으로'라는 아이템을 갖고 있는 것처럼 허균·허초희 남매를 주제로 한 이 문화제와 문학상은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적인 문화제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한 아이템”이라고 추켜세우고 “소설가에게 주는 허균문학작가상을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기에 빼어난 시인이었던 허초희문학상(시부문)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릉=조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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