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전문의 칼럼]여자가 남자보다 더 아프다?

박상준 강릉 한서한의원장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자 인구수가 여자에 비해 약 47만명 정도 더 많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근소하게나마 인구가 많다면 한의원에 오는 환자의 수도 당연히 남자가 많을 것 같지만 통계를 내 보면 한의원은 여자 환자의 수가 더 많다. 일반적인 한의원은 다양한 질환으로 내원하지만 가장 주된 환자군은 근골격계 질환의 환자가 제일 많다. 이곳저곳 아픈 환자가 많고 또한 여성 환자가 많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아픈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불통즉통(不通則痛)이라고 통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소통되어지지 않는 곳에는 통증이 있다는 말이다. 통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기혈순환이 안 되므로 순환이 잘되는 것을 치료에 최우선으로 둔다. 그래서 보통의 한의원에서는 통증치료에 침과 부항 등으로 기혈순환에 최대한의 역점을 둔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 등을 억제하는 약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통증을 유발하는 고약한 친구이기는 하지만, 이 통증을 통해서 면역기전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 112 신고전화와 같은 친구다.

우리가 흔히 '담결렸다'는 말은 '근육이 뭉쳤다'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때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서 프로스타글란딘 등이 합성되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근육이 뭉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제일 많은 것은 근육이 발휘할 수 있는 힘보다 더 많은 힘을 요구할 때이다. 따라서 남자보다 근육량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여자는 만성적으로 근육에 무리가 가고 뭉치게 되므로 기혈순환이 안 된다.

또한 여자는 남자보다 손목과 발목이 자주 삐는데 이유는 약한 힘줄과 인대 때문이다. 여자는 출산을 하기 때문에 보다 강한 인대는 출산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 산모와 아기의 안전을 위해서는 쉽게 골반을 벌려야 하는 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약한 인대로 인해 작은 외상 등으로 더욱 큰 통증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출산 후나 배란기에는 인대가 더욱 약해지므로 별다른 이유 없이 관절에 손상이 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늘 많은 것을 가방에 넣고 들고 다녀서 남자보다 더 많이 아프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자가 남자에 비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것도 통증의 원인이다. 심한 감정의 기복은 내분비계를 교란하여 기혈의 정체를 유발하여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여자는 복잡한 감정 조절을 타인의 이해를 통해서 하려고 한다. 즉 자기가 얼마나 아픈지에 대해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이 공감해주면 통증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만일 아내가 퇴근한 남편을 보자마자 아프다고 하소연하거나 데이트 중인 여자 친구가 말 못할 통증으로 힘들어한다면 '병원에 가봐'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여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통증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즉 사랑은 통증을 치료하는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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