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고향 춘천서 다시 태어난 `천재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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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미술관 내달 5일 개관

김현식 대일광업 대표 사재 털어

150여점 이르는 작품 모두 매입

'권진규와 여인' 개관 기념展

1973년 5월4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작업실에서 '지천명(知天命)'을 이제 막 넘긴 조각가 한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쉰하나. 예술혼을 뜨겁게 불태워야 할 그때 그는 인생은 '공(空)'이고 '破滅(파멸)'이라는 한 줄의 글을 유서로 남기고 세상과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비운의 조각가', '천재 조각가'라고 불렀다.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그. 조각가 권진규(1922~1973년)다. 하지만 권 작가 사후, 이상하리만치 그를 재평가하는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그나마 그의 모교인 일본의 미술 명문 무사시노 대학이 2009년 개교 80주년을 맞아 그를 대표작가로 선정해 회고전을 가진 것과 같은해 국립현대미술관이 특별전을 연 것이 거의 유일했다. 권 작가의 40주기였던 2013년에도 그의 아틀리에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조촐하게 기일행사(본보 2013년 5월2일자 13면 보도)가 열린 것이 전부였다.

천재라고 불리는 그, 그리고 그의 작품을 인터넷 공간에 만들어진 '권진규 사이버미술관(www.jinkyu.org)'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너무도 혹독한 무관심이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춘천과 일본 도쿄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했던 그는 철저히 '경계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꿈많던 고교생 시절을 함께한 춘천이 그를 품었다. 권 작가의 춘천고 후배인 김현식 대일광업 대표가 사재를 털어 만든 '권진규미술관'을 통해서다. 그가 춘천고를 졸업한 지 72년 만의 일이다.

150여 점에 이르는 작품도 김 대표가 모두 매입해 권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눈앞에서 조우할 수 있게 됐다. 이 미술관은 다음 달 5일 오후 4시에 열리는 개관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된다. 개관 기념전 주제는 '권진규와 여인'이다.

김현식 대표는 “권진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메인 전시실은 6개월, 두개의 특별전시실은 3개월, 1층에 마련되는 골짜기 다방에 전시될 작품은 한달 단위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인력을 더 채용하더라도 휴관일 없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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