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아는만큼 맛있다]닭갈비 아니라 닭 허벅다리 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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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3·完) 이름과 관련한 시비

일각서 명칭 잘못됐다 주장 일어

실제 닭갈비 부위 쓰는 곳도 있어

닭갈비에는 닭갈비가 없는 것이 맞다. 딱히 안 쓸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번거롭게 굳이 찾아 쓸 필요도 없는 부위가 닭의 갈비, 계륵(鷄肋)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 든 것은 닭갈비 작명에 대한 시비가 계속해서 이어져 나오고 있어서다. 닭갈비와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재미있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닭갈비'라는 작명에 문제 제기를 하는 1995년 신문 칼럼이 그것이다. 글쓴이는 닭갈비라는 이름에 역사성이나 논리성, 과학성이 담겨 있지 않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발 더 나가 닭갈비는 기존의 역사, 언어, 과학적 지식을 무시했다고 일갈했다.

“구이인지 찜인지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그저 '갈비'의 좋은 이미지만을 도용한 과대 포장된 이름이 되고 말았다. 창의도 포장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문화의 토대 위에 선 창의 일 때 정말 값진 것이 된다.”

글쓴이는 능력에 어울리지 않은 자리를 빈위(貧位), 이름을 빈명(貧名)이라고 한다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고는 이제 '빈명'은 버리고 제 이름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이 칼럼은 닭갈비가 아닌 '닭 허벅다리 구이'라는 이름으로 만족하라는 조언을 남기며 매조지 된다.

'갈비'라는 이름을 붙인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이다. 소·돼지에나 붙어야 할 갈비라는 명칭이 닭에 잘못 붙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갈비라는 단어에 부(富)의 이미지를 탑처럼 쌓아 놓은 사람들의 치기 어린 조언이라고 하면 거친 표현일까.

닭갈비 이름에 대한 시비는 현재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얼마 전 한 유명 푸드칼럼니스트는 종편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닭갈비의 정확한 명칭은 '닭고기야채볶음'이라고 말했다. 그가 음식 이름을 표현하는 방식대로라면 김치는 '배추 고춧가루 양념 무침', 감자탕은 '돼지뼈 감자전골'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아무튼 음식에 덧씌워진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음식 사이의 서열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춘천에 있는 꽤나 유명한 숯불닭갈비 가게에서는 실제로 닭갈비 부위가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자, 이제 닭갈비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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