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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가슴속 녹슨 이정표 안고 시인의 길 걸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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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난 논 위로 덤불이 삶처럼 얽혀 굴러간다. 아카시아나무 질긴 뿌리 끝에 바람의 생장점을 가지고 있는 곳. 남대천 옆 소금창고에는 나이 든 제설공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덜그럭거리는 창을 고치며 몇 번째 안간힘인가 셈해본다. 해풍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인제 쯤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창밖 빈 가지들이 어떻게 겨울을 버티는지 바라보며 나는 시를 쓴다.

당선 소식을 듣고 어린 내가 봤던, 오랫동안 의심했던 녹슨 이정표가 맞았음을 알게 됐다.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지만 멈추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오규원, 김혜순 교수님, 가족들, 친구 연호와 주현, 그리고 같이 겨울을 보내는 동료들이 떠오른다. 말 없는 내게 말 걸어 준 그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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