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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코타이 순환선]“왕가위 영화 ‘중경삼림'의 새 버전을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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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신춘문예 당선작

지구라는 별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세밑에 마스크를 쓴 채 응모작들을 읽었다. 소설 속에서 마스크를 쓴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쓸쓸하게 접했다. ‘하와이식 농담'과 ‘낯선 언어', ‘페리도트', ‘달에서 아라베스크'는 좋은 소재임에도 너무 일찍 소설을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재를 오래 들여다보고 군더더기를 없애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코타이 순환선'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마치 왕가위 영화 ‘중경삼림'의 새로운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탄탄한 구성, 안정된 문장들, 감정의 절제, 도처에 숨어 있는 빛나는 묘사와 장치, 과잉이 없는 대사 등등 단편소설이 갖춰야할 덕목들을 작가가 확실하게 장악하고 쓴 소설이었다. 바다를 매립해 지은 모래성 같은 도시에서 두 남녀가 유목민들처럼 떠돌고 있는데 그 고독한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또 다른 영화 ‘애정만세'에선 둥근 수박을 볼링공처럼 굴리는 배우가 있었는데 이 소설 속의 두 남녀가 굴리고 있는 고독도 그것 못지않았다. 마스크를 쓴 채 헉헉거리는 지구 위에서 고독한 사월을 건너가는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들의 꿈과 여행이 더 이상 허기지지 않기를 바라며….

전상국·김도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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