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작고 평화롭던 항구 무장간첩 대거 출몰로 한동안 긴장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970년대 삼척 임원항

◇1970년대 삼척 임원항의 풍경. 당시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마을회관, 어촌계 건물 등에 반공, 방첩 글씨가 남아 있다.

삼척 임원항은 강원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과거 이곳은 교통이 불편해 외지인들의 방문이 쉽지 않았다. 전통적인 소규모 포구였던 임원항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여파로 새롭게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배를 정박한 부두와 그물을 손질하는 공동작업장이 만들어지며 현대식 모습을 갖추게 됐다.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어촌계 건물 입구의 게시판은 멸공, 방첩의 문구와 함께 자조자립 협동정신을 강조하는 구호가 적혀 있다.

1968년 3차례 무장공비 침투…6·25전쟁 이후 최대규모 도발사건 기록

지금은 싱싱한 활어회 먹거리관광단지·수로부인헌화공원 등 자리잡아

삼척, 울진은 과거 1968년 10월30일부터 11월2일까지 3차례에 걸쳐 울진·삼척 무장 공비 침투 사건이 발생한 지역으로 무장공비 120명이 울진·삼척 지역에 침투해 12월28일 대한민국 국군에 소탕되기까지 약 2개월간 게릴라전을 벌였다.

6·25전쟁 휴전 이후 최대 규모의 도발 사건으로, 침투한 무장공비 중 7명이 생포되고 113명이 사살됐다. 남측 역시 민간인을 포함해 40명 이상 사망하고 30명 이상 부상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1970년대 마을 풍경엔 당시 사건의 그림자가 남아 있어 마을회관, 어촌계 건물 입구엔 반공, 방첩 글씨가 남아 있다. 게시판은 오는 선박 가는 선박 수상하면 신고하자는 홍보문구와 함께 의아 선박 식별 신고 요령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배의 규모에 비해 빨리 달리는 선박

-배의 폭이 좁아 우리 어선에 비해 길게 보이는 선박

-고깃배가 어장이 아닌 해역에서 단독 조업 또는 이동하는 선박

-야간에 등불을 달지 않고 이동하거나 접안하는 선박

-우리 어선과 접근을 피하는 선박

-정선 대기 중 어로를 가장하거나 선상에 어망을 두고 어로 작업을 하지 않는 선박

-선미에 수계의 드럼통이 있는 선박

-선미와 선수의 높이가 같은 선박

-갑판 위에 어망이나 천막이 덮혀 있는 선박

해상에서 간첩선을 발견 신고로 검거했을 때 상금 1,000만원과 간첩선이 소지한 금액의 절반을 준다고 적고 있다.

임원항은 간첩과 거동수상자들이 넘쳐났던 야만의 시대를 뒤로한 채 싱싱한 활어회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현재 임원회 센터는 28개의 상가가 운영 중이다. 동해안에서는 울릉도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 1980년대까지만 해도 192톤급 정기선이 취항하기도 했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바닷물이 깨끗해 사계절 싱싱한 생선이 많이 잡힌다. 작은 포구였던 임원항은 탄광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모여든 광부들이 생활하던 판잣집들이 지어지면서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사진 속의 임원항은 나무 합판으로 만들어진 집들이 세워지고 있다. 또한 항구 주변은 배를 건조하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쉴 틈이 없어 보인다. 바다와 맞닿은 장소엔 배를 정박시킬 부두가 조성되고 있다. 장비를 이용해 모래와 시멘트로 시설물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어선들이 자연적으로 생긴 해안선에 정박해 있고 항구 주변은 조업 편의를 도모할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울진으로 이어진 7번 국도 모습은 현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임원항 뒤편 남화산은 소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현재는 해맞이 명소로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으로 뛰어난 절세미인이다. 헌화공원 설치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의 배경지가 이곳임을 알리고 있다.

공원 광장에는 높이 10.6m, 가로 15m, 세로 14m, 중량 500톤에 달하는 수로부인 동상이 있다.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리석 조각상들이 포토존을 형성하며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남덕기자 kim67@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또 하나의 상처,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