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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몸통'은 여전히 활개…도내 피해액 매년 수백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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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처벌 피의자 대부분

현금인출책·대포통장 가담자

총책 검거엔 사실상 한계

정부 “중국 등과 긴밀히 공조

수배자 검거·송환 적극 추진”

‘제습기 30만원 결제 완료'란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건 A씨. 그는 ‘서울경찰청 경사'를 사칭한 성명불상자와 연결됐고, 이 남성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보호조치가 필요하니 금융감독원 직원을 연결시켜 주겠다”고 했다. 곧이어 ‘금융감독원 과장'을 사칭한 남성이 전화로 “금융정보 보호를 위해 휴대폰 앱과 공인인증서를 설치하고 OTP카드를 발급받으라”고 말했다. 성명불상자들은 A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으로 A씨의 계좌에서 2,400만원을 빼갔다. A씨는 범죄 일당에게 계좌를 빌려준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춘천지법에 제기해 지난해 승소했다.

이처럼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검찰과 경찰은 범죄조직의 ‘몸통'은 못 잡고 하부 조직원 검거에만 그치고 있다.

23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지역의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980건이었고, 피해액은 242억원으로 2020년(237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검거 건수는 1,488건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했다. 수사력이 강화돼 검거 인원은 늘었지만, 몸통은 못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최근 춘천지법과 산하 4개 지원에서 내려진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1심 판결문 50건을 분석한 결과 처벌을 받은 피고인은 대부분 단순 현금 인출책, 현금 전달책, 대포통장 가담자 등 ‘하부 조직원' 이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본거지를 둔 범죄 조직의 총책, 하부 조직원들에게 범죄를 지시하는 ‘실행책' 등 몸통을 붙잡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도내에서는 금융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속아 갖고 있던 전 재산(900만원)을 잃은 중년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은 23일 경찰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구성하고 단속한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은 2006년 국내에서 첫 피해 사례가 신고된 이후 16년간 근절되지 않았고, 국내 피해 규모는 연간 7,000억원을 넘겼다.

정부는 “중국, 필리핀 등 보이스피싱 거점 국가 수사 당국과 긴밀한 국제 공조를 바탕으로 해외 조직에 대한 현지 수사에 나서고, 수배자 검거 및 강제 송환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한 보이스피싱 조직도 반드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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