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성매매는 인간 존엄성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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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 6월24일자 강원일보 애향일기를 읽고

동서고금 처벌에 실패

양성화 주장 비합리적

합법화 신중히 대처를

지난주 금요일 오전, 지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보내준 ‘들병이를 아시나요’ 제하의 칼럼 제목만 볼 때는 흥미로웠다. 김유정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 코드가 ‘들병이''일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했다.

그러나, 곧 ‘그 의미도 생경한 성인지 감수성 어쩌고 하며 툭하면 성추행으로 내몰리는 이 시대의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이라는 대목에서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당혹스러웠다. 이 같은 당혹감은 칼럼이 매매춘을 소재로 종횡으로 전개되면서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으로 증폭됐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 결국 이분이 주장하는 것은 매매춘 양성화인가 보다 결론 지으며 왜 당혹스러웠고 왜 불편·불쾌했고 할 말을 잃었는지를 정리했다.

우선 글 전반을 관통해 보여주는 글쓴이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여과 없이, 부끄러움 없이 노출하는 무신경함이 당혹스러웠다.

‘그 의미도 생경한 성인지 감수성 어쩌고’ 하는 부분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을 들먹이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비아냥거림이 민낯으로 드러나 있다. 생경하시다니 다시 알려 드린다. 생활 속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는지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의미한다. 어떤 직장에서 여성에게 바지 착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직원 채용 시 여성에게만 결혼하면 그만두라는 조항을 넣는다면 성차별인가 아닌가. 그 차별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이 ‘성인지 감수성’이고 이 표현은 2018년 모 대학 교수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사용 이후 법률적 용어로도 통용되는 것이니 앞으로는 잘 익혀 두시길 권한다.

툭하면 성추행으로 내몰리는데 왜 ‘툭’하시나, 그 툭이 어떤 걸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성이라도 있는가. 앞으로는 더욱더 문제가 될 테니 절대로 언제, 어디서나 툭 하지 마시라고 그 ‘우리’들께 당부 드리고 싶다.

성매매는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 대상화해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 법으로 금하는 것은 법을 통해 원칙을 세워 가는 행위이니, 근절 불가를 이유로 법적 의미를 문제삼을 수 없음에도 동서고금을 통해 성매매 처벌이 실패했으므로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심지어 일제강점기의 공창 합법화를 예로 들면서 말이다.

성매매 합법화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에 대해 참고할 만한 사례들은 적지 않다. 2002년 성매매를 양성화한 독일은 합법화 이후 애초 취지와 달리 성매매 종사자 삶의 질이 여전히 바닥권이고, 이주민들이 유입돼 인신매매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가 대두됐다. 스웨덴은 1999년부터 노르딕 모델을 시행하고 있는데 페르 안데시 수네손 반인신매매 대사의 인터뷰 내용은 고위층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종종 문제되는 우리 경우에도 참고할 만하다. ‘성매매는 대등한 거래가 아니라 폭력이자 인권 침해의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 스웨덴은 경찰, 검사, 변호사, 판사를 교육하기 위해 굉장한 자원을 투입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성매매를 성평등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부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잊지 말아 달라. 2002년 1월 군산 성매매 집결지에서 난 화재로 성매매 종사자 여성 14명의 죽음을 치르고 나서야 얻어진 값진 결과물임을.... 인권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인해 성매매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성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한 부정이 가장 쉽게 정상화되는 영역이 성매매이기 때문이다.

풍선 효과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생긴 신조어가 아니다. 또 매매춘(賣買春)은 성을 봄(春)이라는 자연 현상에 비유, ‘생물학적 본능’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성매매로 대치된다는 것도 이 기회에 일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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