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환율 1,300원 시대, 통화정책 효율적 운용 시급하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피해를 입은 강원도 내 수출·수입업체들이 고환율 직격탄을 맞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고환율 사태에 도내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크다. 수출업체들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물류비가 폭증한 탓이다.

현재 대내외 경제여건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엄혹한 상황의 연속이다.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뿐 아니라 더블딥(이중침체) 경고음까지 나왔다. 장기 침체 우려가 연일 쏟아진다. 대외변수에 극도로 취약한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상반기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도 더 위협받을 수 있다. 수출은 벌써 빨간불이 들어왔다. 무역적자가 만성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상수지도 불안한데 재정적자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 있다. 신용도 하락, 환율 급등, 자본 이탈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의 위기 징후들을 가볍게 봐선 결코 안 된다.

경제위기 때마다 버팀목이 됐던 기업들이다. 그런데 고물가로 원가 비용이 치솟고 있고 고금리로 자금 압박을 받는 가운데 고환율로 수출 발목까지 잡히게 됐다. 도내 수출기업은 원자재를 수입,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산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런 기업에게 고환율은 기름을 붓는 격이다.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가격경쟁력이 생겨 수출에 호재였던 시절이 있었으나 달러만 강세인 지금 같은 상황엔 별 의미도 없다. 수출에 비상이 걸리면 무역적자는 더 심해지고 심각한 고환율, 고금리 악순환에 갇힐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통화정책의 효율적 운용이 시급하다.

도내 기업들에게 고물가에 고환율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외환위기 이후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붕괴에 따른 위기가 경제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증시가 빠지고 환율은 오르면서 성장이 후퇴하는데 물가는 고삐가 풀렸다. 그 여파로 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국민고통지수는 1분기 10.6으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개인과 기업의 고통이 커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실업이 다시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가능한 정책을 총동원해 기업들의 활로를 열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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