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나타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강원도 내 귀농·귀촌 흐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집을 짓거나 농사를 위해 필요한 자재 값이 줄줄이 오르자 귀촌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귀촌을 위해 2년 전 집을 지으려 홍천지역 농지 660㎡(약 200평)를 매입했던 A(58·서울)씨는 최근 건축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토지 매입시점인 2020년 하반기 500만원대였던 철골주택 건축비가 800만원까지 오르며 예산이 부족해져서다.
A씨는 “금리 인상으로 추가 대출을 받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언제 금리가 내릴지 불확실하고 빈 땅을 농지로 유지하려면 작물을 심어야 한다고 해 귀촌을 포기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대안으로 조립식 주택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그마저도 30% 이상 가격이 오른 실정이다. 춘천 신북읍에서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B(51)씨는 “가장 저렴한 조립식 패널 주택도 평당 최소 500만원이 들어 놀랐다”며 “아쉬운 대로 컨테이너 하우스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재 값 인상은 귀농인들에게도 타격을 주고 있다. 퇴직 후 영월에서 귀농생활을 준비 중인 C(61)씨는 “비닐하우스 1동을 짓는 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최대 260만원인데, 자재 값이 너무 많이 올라 260만원으로 시공을 해준다는 업체가 없다”며 “결국 본인 부담금을 더해 320만원에 비닐하우스를 시공했다”고 전했다.
한국물가협회가 매달 발표하는 ‘주요자재 월별가격추세''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철근가격은 톤당 121만5,000원으로 2020년 동월(64만5,000원)보다 88.4% 올랐다. 시멘트(40㎏)는 4,180원에서 5,500원으로 31.6% 상승했고, 석고보드와 점토벽돌 가격은 각각 18.9%, 26.1% 비싸졌다.
전영석 강원도건축사회장은 “자재 값이 오르면서 철골, 목조, 패널 등 시공법에 관계없이 평당 건축비용이 30~40% 상승했다”며 “건축비 상승으로 일반주택 설계 의뢰 건수 또한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